오늘보다

  • 오늘사회운동
  • 2017/02 제25호

광장의 목소리

  • 최수연 이우식

세상은 저절로 깨끗해지지 않습니다

- 청소노동자 최수연
 
저는 서울의 한 대학에서 청소를 하는 노동자 최수연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6년 동안 청소 일을 해왔습니다. 예전에는 남들 앞에서 청소하는 사람이라는 말을 하기 참 힘들었습니다. 사람들이 청소노동자를 무시하고 함부로 대하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뇌물수수와 계속해서 거짓말을 하는 것을 보면서 대통령보다 청소노동자가 이 사회에 훨씬 도움이 되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신의 일을 성실하고 정직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지, 그 직업이나 지위는 껍데기에 불과한 것 같습니다. 여러분 그렇죠?

여러분, 세상은 절대로 저절로 깨끗해 지지 않습니다. 누군가 쓸고 닦는 사람이 없으면 세상은 쓰레기로 가득하게 될 것입니다. 저희 청소노동자들은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새벽같이 나와서 일을 합니다. 청소라는 일이 이 세상에 필요한 일이라면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도록 생활임금을 줘야 합니다.

그런데 저희가 받는 임금은 최저임금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고, 최저임금은 사람다운 삶을 살기에는 턱없이 낮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관절이 병이 나도록 열심히 일해도 저축은 꿈도 못 꿉니다.

저는 박근혜 이후의 세상은 최저임금 시급이 1만원 정도는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계란 값뿐만 아니라 모든 물가와 공공요금이 오른 상황에서 월 200만 원은 받아야 필요한 물건도 사고, 시장가는 것이 무섭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요즘 대선 주자라는 분들이 일자리 이야기를 많이 하던데요. 제가 보기에 다들 헛다리 짚고 있더라고요. 우리 사회는 양질의 일자리가 없어서 그렇지, 일할 곳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그 직업이 세상에 필요한 일이면 그 일을 하는 사람이 생활을 할 수 있는 임금, 생활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 그러면 일자리 문제는 상당히 해결 될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여러분 월 209만 원 정도 임금이 정말 많은 건가요? 아니죠? 저희가 너무 많은 것을 원하는 것이 아니죠?
세상이 참 깨끗해졌으면 좋겠습니다. 그런데 며칠 전 삼성의 이재용에 대한 구속 영장이 기각되는 것을 보면서 저는 제가 일하는 대학의 쓰레기뿐만 아니라 이 세상의 부패한 세력도 청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청소는 한 번 한다고 깨끗함이 지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청소는 지속적으로 해야 합니다. 부정부패를 척결하는 것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러니 여러분도 함께 해주십시오. 온 국민이 다 같이 청소합시다. 끝까지 청소합시다. 재벌과 새누리당 같은 부패 세력이 더 이상 발붙이지 못하도록 시민 모두가 촛불을 끝까지 들었으면 합니다.
 
 

두 가지 면죄부는 모두 시한부다

- 삼성 하청노동자 이우식
 
광화문에 모이신 시민 여러분, 반갑습니다. 저는 여러분들 가정집에 삼성 제품이 고장나면 방문해서 에어컨이나 세탁기 등 가전제품을 수리하고 있는 삼성 하청노동자 이우식입니다. 삼성전자서비스 마크를 달고 일하고 있지만, 삼성은 자기 직원이 아니라고 하고 있습니다.
1주일 사이에 삼성은 두 번 면죄부를 받았습니다.
첫 번째 면죄부는 불법파견 면죄부입니다. 제가 속해있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최저임금도 안 되는 열악한 급여로는 더 이상 못살겠고 힘들어서 노동조합을 결성하고 우리를 삼성전자서비스에서 일하는 정규직임을 확인해달라고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냈습니다. 흔히 불법파견 소송이라고 부르는 겁니다.
그리고 며칠 전 1월 12일, 이재용이 특검에 수사 받으러 간 날, 법원은 삼성전자서비스에 직접 지시나 간섭을 하지 않았다고 판결을 냈습니다.
우리는 삼성전자서비스 본사 관리자들한테, 고객 만족도 올리고 무상수리 줄이고 재고장 접수되는 거 막으라고 직접적인 지시를 받으면서 일했습니다. 우리는 수원에 있는 삼성전자서비스 CS아카데미에서 면접을 보고 6개월 동안 교육받고 나와서 일했습니다. 삼성이 준 옷 입고, 삼성에 접수된 수리의뢰 받아서, 삼성이 가라는 집에 가서, 삼성제품 수리하고, 삼성영수증 끊어드리고, 삼성에 입금하는데 우리가 삼성전자서비스 직원이 아니고 뭡니까?
지금 제가 일하는 곳에 사장이라는 사람이 있기는 있지만, 그 사장은 권한도 없이 우리 일하는거 빼먹고 앉아있기만 하고 하는 일은 없습니다. 지시, 관리감독, 삼성이 다 했는데도 불구하고 법원은 그게 아니라는게 상식적으로 말이 됩니까? 법원은 삼성에 불법파견 면죄부를 준 겁니다.
두 번째 면죄부는 여러분들 잘 아시는 뇌물, 위증, 횡령 면죄부입니다. 삼성은 자꾸 최순실한테 삥 뜯긴 거라고 합니다. 그게 맞습니까? 진짜 그런가요? 아닙니다. 경영세습 뒤 좀 봐달라고, 노조문제 해결해달라고, 그 대가로 건낸 430억이 뇌물이 아니고 뭡니까? 
자기가 8조 원짜리 그룹을 좌지우지할라고 회사돈을 쓴 게 횡령이 아니고 뭡니까?
사실은 자기가 주도한 정황이 다 있는데, 모른다고 한 게 거짓말, 위증이 아니고 뭡니까?
근데 그 기사 보셨나요? 실수로 2400원 입금못한 노동자를 회사에선 해고시킨 건 맞답니다. 노동자가 실수로 입금 안 한 2400원은 횡령이고, 이재용이 고의로 빼돌린 430억은 왜 횡령이 아닌가요? 무슨 법이 이래요? 똑같은 사람인데 이렇게 차별해도 되는겁니까?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 면죄부는 모두 잘못이다! 우리 민중들 무시하는 것이다! 
제 생각이 맞죠?
그리고 또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 두 가지 면죄부는 모두 시한부다. 왜냐면 우리가 곧 그 면죄부를 모두 무효로 만들 거기 때문입니다.
여러분, 이재용 구속해서 뇌물 면죄부 무효로 만들 수 있나요? 
저도 자신 있습니다!
그리고 또 저는 불법파견 면죄부도 무효로 만들 겁니다. 지지 보내주실 건가요? 
그럼 우리는 같은 배를 탄 사람들이니까, 함께 힘 모아서 반드시 재용이 구속시키고 처벌받게 만들고, 불법파견 인정해서 비정규직 없는 세상 만듭시다.
 
덧붙이는 말

2017년 1월 21일 ‘내려와 박근혜 바꾸자 헬조선’ 촛불집회의 두 발언을 담았습니다.

오늘보다 나은 내일을 향한 우리의 전망, 오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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