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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11 제22호
자연의 신비
1999년, 미국을 중심으로 한 나토군은 세르비아의 베오그라드를 공습했다. 당시 투하된 미사일의 이름은 ‘도끼(Tomahawk)’였다. <자연의 신비(도끼#2)>는 알바니아 출신의 작가 앙리 살라가 세르비아 현지 배우를 섭외해 녹음실에서 촬영한 영상이다. 한 남성이 무표정한 얼굴로 마이크 앞에 앉아 한쪽 귀를 막는다. 그는 미사일이 떨어지는 소리와 폭파하는 소리를 세 번 입으로 흉내 낸다. 현장에서 녹음한 듯 실제 미사일 소리와 매우 흡사하다. 그러나 배우가 재현하고자 하는 것은 소리가 아니라 침묵이다. 낙하와 폭파 사이의 고요, 도끼가 표적을 향하는 도중의 허공. 침묵은 재앙이 지연되고 있다는 사실과 폭파가 뒤따른다는 사실을 전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