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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10 제21호

대전시 상수도 민간투자, 본격적인 물민영화의 신호탄

  • 이현정 국토환경연구소 책임연구원
추석을 앞 둔 9월 초, 대전광역시는 갑작스러운 물민영화 논란에 휩싸였다. 하지만 이 논란 뒤에는 시민들 몰래 차근차근 진행되어 온 절차가 있었다. 2015년 5월에 이미 포스코 건설이 시에 민간투자 의향서를 제출하고 시장에게 사업검토 보고가 올라갔으며, 올해 3월 공공투자관리센터의 검토를 받아, 8월 말 시의 민간투자사업 심의 의뢰 절차에 들어가는 등 사업은 이미 궤도에 올라있는 상태였다. 

논란이 ‘물민영화’란 이름으로 이슈화되자, 대전시장은 일부 공정의 민간위탁일 뿐 민영화는 아니라는 해명을 내놓았다. 
 

민영화가 아니라고?

시민들은 중앙정부, 혹은 지방정부에 ‘우리 모두의 것’인 물에 대한 관리 권한을 위탁해왔다. 따라서 정부에게는 물을 독점적으로 ‘관리’할 권한과 책임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공공성을 확보하기 위해 정부에게 관리 권한을 위탁한 것일 뿐, 그 권한을 사기업에게 재판매할 권한까지 준 것이 아니다. 물민영화는 우리가 권한과 함께 위임한 책임을 내던지는 행위다. 
 
물민영화 논란은 이미 오래 전에 시작되었다. 광우병 촛불집회가 한창이던 2008년, 이명박 전 대통령은 “수도는 민영화 대상이 아니”라고 못을 박았다. 
 

그러나 2010년 10월 녹색성장위원회·환경부·국토해양부는 관계부처 합동으로 ‘물산업 육성 전략’이라는 보고서를 내놓았다. 보고서에는 “민간기업의 수도사업 위탁은 공기업(환경공단, 수공)과 컨소시엄 구성을 통한 교두보 확보 후 점진적 추진, 민영화 논란으로 직접적인 민간기업 참여는 곤란 - 상수관망관리 등 단순위탁 및 공기업과의 컨소시엄을 통한 운영경험 확보”라고 기술되어 있으며, 총 3단계의 추진전략에 따라 차근차근 물 민영화를 실현할 계획이 담겨있다. 이 계획은 지방상수도 민간위탁, 기장 및 부산의 해수담수화 사업 추진 등 본래의 계획대로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대전광역시의 민간투자 사업은 이 전에 진행되어 온 지방상수도 민간위탁이나 해수담수화 시설 도입과는 또 다른 차원의 본격적인 민영화 사업으로 볼 수 있다. 수익형 민자사업의 한 종류인 BTO 방식으로 진행하려는 이번 사업은 정수처리공정 중 일부 공정인 고도처리시설을 민간의 투자를 받아 건설하고, 이후 25년 동안 운영권을 기업에게 주는 것이다. 대전시는 수돗물 사용료를 결정하는 권한은 여전히 시에 있으므로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BTO 사업의 특성상 기업은 절대 손해를 보지 않는다. 즉, 기업의 이윤 확보를 위해 지자체가 재정 지원을 해야 하는 것이다. 결국 수돗물 사용료 인상을 통해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모든 책임은 대전시민이 지게 되어 있다.
 

공정 위탁, 먹는 물 안전은 누가 책임지나

대전시는 정수처리만 위탁운영을 할 뿐 이후 공정은 여전히 대전시가 관리한다는 점을 들어 민영화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정수처리가 어떤 과정을 거치는지 약간의 지식만 있다면 이것이 얼마나 허무맹랑한 주장인지 알 수 있다. 수돗물 정수 과정은 상품 하나하나를 포장해서 파는 것이 아니라 연속적으로 한 공정에서 다음 처리 단계로 넘어가는 과정으로 이루어져 있다. 대청호 취수탑에서 ‘취수’된 물은 이후 정수처리장까지의 ‘도수’ 과정, 정수처리장의 다양한 ‘정수’ 공정을 거친 후 ‘송수’관을 통해 ‘배수’지로 이송되고 가정까지 연결되는 ‘급수’까지 총 여섯 단계를 거친다. 이 모든 단계는 전 단계와 다음 단계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문제는 이 안에서 운영 주체가 나뉜 상태에서 사고가 생겼을 때다. 특히 공정의 경계 지점에서 사고가 발생할 시에 책임 소재를 놓고 분쟁을 겪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방식은 안전성과 안정성 측면 모두에서 매우 위험하다. 또한 고도 정수처리라고 불리는 공정들 역시 하이테크놀로지이기보다는 세심한 운영이 훨씬 중요한 과정이다. 그러므로 정수처리 공정 전반뿐 아니라 원수 수질관리는 물론 취수에서 급수까지 이어지는 전 공정에 걸쳐 ‘정부’가 책임지고 공공성을 강화하는 게 합리적이다.
 

왜 하필 대전에서 시작하는가?

하나 더 짚고 넘어가야하는 것은 왜 이러한 사업을 대전에서 시작하려고 하는지이다. 사실 대전시의 사업추진 이전에 이미 2013년 포항시에서 동일한 기업이 동일한 검토 기관의 검토를 거쳐 정수처리장의 민간투자를 추진한 사례가 있었다. 포항에서도 시의회와 시민들은 물의 실질적인 민영화를 거부했다. 환경부의 2015년 상수도통계에 따르면 대전시는 17개 시도 중에서 생산원가가 587원/㎥으로 가장 싸며, 이는 생산원가가 가장 비싼 강원도 1542원/㎥의 38퍼센트, 전국 평균 876원/㎥의 67퍼센트 수준에 불과하다. 대전시 스스로도  ‘수돗물 최고 도시’를 자처하고 있다. 
 
이는 대청호의 수질이 다른 지역에서 이용하는 원수에 비해 월등히 깨끗한 수질을 갖고 있을 뿐 아니라, 대전시가 대청호 건설에 참여하며 갖게 된 댐 사용권 덕에 용수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대전시는 수돗물 공급에 있어서만큼은 전국적으로 가장 좋은 여건을 갖고 있다. 이런 곳에서 처음 상수도 민간투자사업이 진행되는 것은 당장 물 값 상승의 저항이 적을 것이라는 기대 뿐 아니라 향후 전국적인 민영화 확산을 위한 최고의 사례 지역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물 재공영화의 교훈은 애초에 민영화하지 않는 것

물민영화를 추진했던 세계 여러 나라들은 이미 재공영화 추세를 강화하고 있다. 기본적인 권리로서 깨끗한 물에 대한 권리를 주장하는 다양한 사회운동들도 늘고 있다. 이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가장 큰 교훈은 ‘애초에 민영화를 하지 않는 것이 최선’이라는 것이다.  민영화된 공공 부문에서 기업은 이익을 내기 위해서 사회의 일원으로서의 최소한의 도덕까지 버릴 수 있다는 것을 수많은 사례를 통해 봐 왔다. 
 
 
멀게는 낙동강 페놀 방류 사건(명백히 처리 비용을 줄이기 위해 의도적·상시적으로 방류한 사건)부터, 최근의 가습기 살균제로 인한 인명 피해까지. 사람들의 건강과 안전에 직접 연결되어 있는 먹는 물 문제를 기업에게 맡기는 것은 정부의 가장 기본적인 책임을 방기하는 것이다. 전문 기술 부족, 연구 인력 부족 등을 이유로 공공성보다 기업의 기술과 인력에 의존하기 시작하면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민간으로부터 관리 권한을 돌려받고 싶어도 실제로는 더욱 의존적일 수밖에 없게 된다. 한번 이전된 기술은 민간의 영역에서 자체적으로 발전하고 독점될 수밖에 없다. 그러므로 전문 기술 및 인력 부족의 문제는 반대로 기술과 인력을 공공의 영역 안으로 더욱 적극적으로 끌어들이는 방향이 되어야 한다.
 
또한 수돗물은 독점 공급이다. 우리는 수돗물을 선택할 수가 없다. 정부가 주장하는 시장의 경쟁을 통한 효율성 확보라는 측면은 적어도 수돗물에는 적용될 수 없다. 작년부터 논란이 되어온 부산 기장군의 해수담수화 수돗물 공급과 관련한 논란 역시 이러한 입장에서 봐야한다. 주민들의 요구는 단순하다. 지금까지 먹던 물을 그대로 먹게 해 달라는 것이고, 최근 부산지법은 주민들의 주민투표 청구 소송에 승소 판결을 내리며 주민들의 주민투표 요구가 정당함에 손을 들어 주었다.
 
대전시 역시 장기적으로 고도정수처리의 필요성은 증대되겠지만, 당장의 예산 부족을 핑계로 시급하게 고도정수처리 공정을 도입할 필요가 있는 곳이 아니다. 물산업 육성이라는 이름으로 사람들의 생명과 직결된 물을 이익 추구의 수단으로 바라봐선 안 된다. 물 민영화의 신호탄이 될 수 있는 가장 첨예한 싸움이 지금 대전에서 벌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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