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특집
  • 2016/10 제21호

미국 민주주의기금과 북한 정권교체

TOWARD “THE DAY AFTER”

  • 송대한
  • Christine Hong
  • 요약·번역 북한인권연구팀 사회진보연대
* 이 글이 실린 《비판적 아시아 연구》는 1969년 미국에서 설립된 《우려하는 아시아 학자 위원회》에 뿌리를 둔다. 위원회는 미국의 야만적인 베트남 공격에 항의하고자 했고, 미국의 아시아 정책의 함의를 고발하는 데 주저하는 전문가들에 우려를 표했다. 현재도 ‘반제국주의’를 연구의 목적으로 삼고 있다. 
 
2010년 10월, 남한 라디오 드라마 〈그 다음 날: 2020〉이 방송을 탔다. 13화로 구성된 프로그램은 김정일 위원장 사망 후 어떤 변화가 일어날 것인가를 그리고자 했다. 실제로 몇 개월 후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하기 전에 방송된 마지막 화는 북한의 전쟁 선언과 한미연합군의 군사 공격으로 정점에 이른다. 새로운 북한 지도자 김정은은 비서의 배신으로 지하 감옥에 감금되고, 한미연합군의 공습이 시작된다. 그 비서는 북한이 폭격으로 파괴되는 데 황홀감을 느끼고 이렇게 외친다. “폭탄을 두려워 마라! 폭탄 소리는 새로운 한국이 태어나는 소리다!” 이 드라마의 핵심 행위자는 가상의 지하조직이다. 지하조직은 북한의 무모한 전쟁 선언을 이끈 배후고, 남한과 미국의 전면 공격을 유도하여 북한 정부의 불안정을 꾀한다. 

이런 부류의 드라마는 별로 해가 될 게 없는 오락거리에 불과한가? 자금을 조사해보면, 이 드라마가 미국의 ‘소프트 파워’의 산물이라는 게 밝혀진다. 미국 민주주의기금(NED)이 자금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미국 민주주의기금은 비정부기구인가?

미국 민주주의기금은 비정부기구(NGO)인가? NED는 미국 정부가 재정을 제공하지만 전략적인 불분명성을 유지하는 기관이다. 미국 정부, 외교정책기관의 경계에 있지만 비정부기구 내에서 활동하고 활동가들을 동원하기도 한다. NED는 준 자율적인 비정부기구로서 투명성이 높다고 스스로 주장하지만, 사실 미 국무부에 의존적이다.
 
‘민주주의 증진 기구’ 설립의 초기 청사진은 미국정치재단의 1979년 연구에서 발견할 수 있다. 미국정치재단은 국무부 기금으로 설립되었고, 그 이사회는 정책전문가, 정보·안보 관련자로 구성되었다. 그 연구는 CIA의 고위급 선전 전문가가 감독했고, 이는 1983년의 국가안보정책 결정지시를 낳았다. 이로부터 NED가 출현했다.
 
이제 미국은 제국이라는 현실을 유지하면서도 은폐하기 위해 민주주의의 전달자인 척하는 정치기구를 이용한다. 냉전 이후, 미국은 민주주의 증진을 주창하고 있으나 이는 새로운 지배양식, 또는 ‘부드러운’ 개입형태다. 미국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과 우익 독재를 지지했으나, 이제 주도권을 행사하는 새로운 방식으로 민주주의 증진이라는 정책을 내건 셈이다. 
 
실제로 NED는 의회와 국무부 기금의 정산소처럼 작동한다. NED는 네 곳의 핵심 수령자 사이에 기금을 재분배한다. 자유노동조합기구(미국노총 AFL-CIO의 국제부서), 국제민간기업센터(상공회의소 관련 조직), 민주당의 국제재단, 공화당의 국제재단. NED 기금의 30퍼센트는 재량에 따라 해외조직에 분배된다. 이는 NED가 국가권력에 속한 게 아니라 미국 시민사회에서 유래한 조직인 것처럼 위장한다. 
 

NED와 북한 

냉전 말기부터 NED는 북한과 제2세계 사회주의 국가에 초점을 맞췄다. 특히 북한에 대한 NED의 의제는 ‘독재체계의 개방’이었다. NED는 지배 문화와 구별되는 ‘이차 문화’를 형성하기 위해 외부로부터 기금을 투여했다. 

NED는 특히 탈북자 중 상대적 소수에 자금을 제공했고, 그들이 북한에서 ‘2차 문화’를 형성하는 중핵이 되기를 희망했다. 하지만 그들은 대부분 남한에 기반을 두고 있다. 국제인권 순회 행사 때면 탈북 이주민들은 핵심적인 정책결정자 청중 앞에서 증언을 하도록 일상적으로 요청을 받는다. 2004년 북한인권법의 통과에 앞서 탈북자들은 NED가 발간하는 《민주주의 저널》의 1998년 특별판 “북한 굴락(노동수용소)에서 나온 목소리”에 등장한 증언을 신중하게 종합하여 의회에서 증언했다. 달리 말하면, 미국 의회가 제공하는 달러에 어느 정도 의존하는 탈북자들이 바로 그 달러를 제공하는 의회에서 증언을 한 것이다. ‘악의 축’이 언급되는 시점에 강철환과 같은 탈북자들이 강제적 수단이든 부드러운 수단이든 암묵적으로 미국의 간섭주의를 지지한 것이다. 이 특별판이 나온 후 NED는 북한인권시민연합을 지원했고, 북한의 인권침해에 관한 국제회의를 조직하기 위한 대규모 자금 지원이 뒤따랐다.
 

1999년부터 2010년까지 NED는 의회 기금 670만~1190만 달러를 북한인권 침해를 목표로 삼는 조직을 지원하기 위해 할당했다. 북한 정부를 반대하는 민간 라디오, 남한에 거주하는 북한 출신 인사를 대상으로 미래 북한 지도자를 훈련시키는 프로그램 등. 하지만 NED 기금 전체를 파악하기는 어렵다. 접근 가능한 자료를 통해 최소 금액을 추정할 수 있을 뿐이다. 

NED는 다양한 요인으로 인해 미국 정부의 직접적인 지원이 어려운 상황에 특히 유용하다. 2007년 NED의 세금 문서를 보면, 총예산이 1억 3000만 달러이고, 그 중 99.3퍼센트는 정부 보조금으로부터 나왔다. 
 

북한 민주화: 정권교체를 위한 소프트 파워 전략 

2008년 초부터 NED의 수령자 중 일부는 미 국무부의 인권민주주의기금(HRDF)도 받았다. 현재 북한 민주화 전략의 주요 활동 분야는 △북한을 향한 자유로운 정보 유입 △공민 교육 △기록과 변호다. 여기서 자유로운 정보 유입이란 라디오와 기타 미디어를 구축하는 활동이다. 공민 교육은 탈북자에게 민주주의라는 가치를 심어서 탈북자의 지도자 능력을 구축하자는 구상이다. 기록과 변호는 북한의 인권침해에 관한 정보를 확대하고 확산하는 여러 활동을 뜻한다. 

먼저 자유로운 정보 유입을 살펴보면, 한국전쟁 당시의 심리전이 연상된다. 국경을 넘는 방송은 명시적으로 비무장지대 북쪽의 청취자를 목표로 삼는다. 예를 들어, 2010년 회계연도에 북한전략센터는 4만 5000달러의 연구 지원비를 받았다. 이는 뉴스와 정보에 대한 북한 주민의 선호를 조사하여 대북 정보 전략을 세운다는 연구다. 네 개의 라디오도 지원을 받았다. 열린북한방송(1만 5000달러), NK 커뮤니케이션스(18만 5000달러), 자유조선방송(1만 6000달러), 자유북한방송(15만 달러). 자유북한방송의 설립자 김승민에 따르면, “NED의 기금과 지원이 없었다면 자유북한방송은 현재 존재하지 않을 것”이다. 

이와 유사하게, 자유조선방송의 설립자 중 하나인 이광백은 “방송을 가능하게 한 것이 NED”라고 말했다. 방송은 세 범주로 분류할 수 있다. △북한 체계에 대한 비판 △김정일과 김정은을 목표로 한 비판 △청취자들이 정부에 대항해 봉기하라는 직간접적 호소.  
 

기록과 변호 활동은 세 가지 범주로 나뉜다. △북한의 내부 조건에 관한 연구와 기록 △북한의 변화를 위한 전략을 세우고 그것을 옹호하기 위한 회의와 워크숍 △북한에 대한 국제적 인식과 의견을 형성하기 위한 미디어. 

예를 들어 국제민간기업센터는 7만 9900달러의 보조금을 받았는데, 북한의 장마당을 연구하고, ‘민주적’ 정보가 유통되는 장소로서 장마당을 확대하고 활용하는 것을 지원하기 위한 방안을 검토하는 게 그 목적이었다. 국제민간기업센터는 50개 장마당을 연구하기 위해 NK넷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공민 교육의 예를 들어 보면, 국제공화당기구가 서울 성신여자대학교에 2학기 과정으로 “자유 시민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을 설치했다. 그 후 국내외 지원을 받아 프로그램이 지속되었다. 2007년 성신여대 동아시아연구소는 10주 교육 프로그램을 구성하기도 했다. 
 

남한과 북한이 공유해야 할 민주주의적 미래

NED는 남한을 소프트 파워 전략을 실행하기 위한 접경지대로 활용함으로써, 간섭주의적인 의제를 추진할 수 있다. NED는 의회 자금을 라디오방송, 북한 출신 인사들에 대한 교육에 할당함으로써 북한 외부에서 반체제 운동을 형성하기 위해 집요하게 노력했다. 그러나 그에 조응하여 실제로 북한 내부에서 반체제운동이 일어날 것이라는 보장은 없다. NED는 시장경제를 육성한다는 목적으로 경제통합을 공개적으로 강조했으나, 진정한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필요한 사항은 무시했다. 남한과 북한이 공유해야 할 민주주의적 미래는 NED 주도로 출현할 수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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