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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09 제20호
옥상 삼부작 1부 - 회화들, 부스러기의 소멸
2009년 1월 19일, 철거민들이 생존권을 요구하며 남일당 건물 옥상에 망루를 지었다. 그리고 하루가 채 지나지 않은 20일 새벽, 망루는 검게 타올랐다. 그날, 수많은 언론이 검은 연기가 뿜어져 나오는 망루 사진을 보도했다. 이정민 작가의 <옥상 삼부작 1부-회화들, 부스러기의 소멸>은 보도사진 일부분을 확대하거나 재해석해 그린 그림이다. 또한, 참사가 일어나기 전, 어느 순간을 그린 그림이다. 그림의 표면에 기름기가 돌고, 마치 녹아내릴 듯한 물감 얼룩이 있다. 파란색과 완벽하게 섞이지 않는 먹은 어두워지기 직전의 파랑을 자아낸다. 이 그림을 볼 때마다 무력함과 부끄러움을 느낀다. 그날 무엇을 할 수 있었을까, 그날 이후 무엇을 했던가, 라는 질문에 답하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