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평화
- 2016/08 제19호
더 강한 방패는 더 강한 창을 부른다
사드와 핵무기 경쟁의 악순환
한미 양국이 기어이 사드(종말단계 고고도미사일방어망체계, THAAD) 배치를 결정했다.
올해 초 북한이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실험을 강행하자 한미 양국은 사드 협의에 박차를 가했다. 사드는 핵을 실은 탄도미사일을 종말단계, 즉 150킬로미터 정도의 고도에서 요격하는 무기이다. 정부와 언론에서는 북한의 핵무기를 막기 위해서 사드 도입은 필수적이라 말한다. 과연 그럴까?
사드는 핵전쟁 가능성을 높인다
사드 논의는 최근 1~2년 새에 불거졌다. 하지만 미국은 오래 전부터 사드를 남한에 배치하고자 했다. 한반도에 배치될 사드는 미국의 미사일방어(MD) 구상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기 때문이다.
1999년 미 국방부는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전역미사일방어 구조를 위한 선택>이라는 보고서를 통해 중국이나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방어하기 위해서는 주한미군이 갖고 있던 패트리어트 미사일(30킬로미터 정도의 저고도 미사일 요격용)과 더불어 4개 정도의 사드 포대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미국의 입장에서 최근의 사드 배치 결정은 15년간의 염원이 실현되기 시작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즉, 사드 포대 1개로 끝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한반도란 말인가? 이는 MD의 성격에서 기인한다. 총알보다 빠르다는 탄도미사일을 맞추려면 적국이 언제 어디서 미사일을 쏘는지, 정확한 정보의 조기탐지가 중요하다. 미국 본토는 너무 멀기 때문에, 한국과 일본은 훌륭한 전방 배치 레이더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미국은 괌과 일본에 사드용 레이더(AN/TPY-2)를 3기 배치했지만, 레이더는 전방에 있을수록 더 좋다. 한국에 사드 포대와 고성능 레이더가 들어오는 이유다.
그러나 사드를 단순히 방어용 무기라고 보기는 어렵다. 만약 미국이 MD를 완성한다면, 상대 국가로부터 핵 보복 공격을 당할 걱정이 크게 줄어든다. 바꿔 말하면, 미국은 자유롭게 핵공격을 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들어서도 여러 보고서를 통해 잠재적 적국에 선제 핵공격을 가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그 잠재적 적국은 북한, 나아가 중국을 의미한다. 이에 비춰보면 한반도에 사드를 배치하려는 미국의 의도는 분명하다. 동아시아에서 ‘승리하는 핵전쟁’을 준비하겠다는 것이다.
사드는 중국의 핵무장을 강화한다
그러나 사드, 나아가 MD는 공포의 근원인 핵무기를 더욱 발전시키는 악순환을 낳고 있다. 더 강한 방패에 더 강한 창으로 맞서겠다는, 반발이 터져 나오는 것이다. 중국만 하더라도 핵무기 능력의 증강으로 대응 중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선제 핵공격 불가’를 고수하며 필요 이상의 핵탄두와 핵무기 능력 개발을 하지 않았다. 중국은 현재 300기 가량의 핵탄두를 가지고 있는데, 모두 미사일에서 분리되어 있다. 선제공격 및 신속한 보복공격이 불가능한 것이다. 또한 핵공격을 탐지할 조기경보시스템도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중국의 핵무기 정책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2013년 중국의 군사과학연구원은 “적의 핵탄두가 목표에 도달하기 전에, 우리는 재빠르게 보복공격”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2015년에는 하나의 미사일에 여러 개의 핵탄두 또는 가짜 핵탄두를 실어 MD의 요격미사일을 속이는 MIRV(다탄두 각개목표설정 재돌입 비행체) 기술을 실용화한 것으로 밝혀졌다. 방어용 무기체계라는 미국 MD와 사드가 가져오는 현실은 핵 군비 경쟁을 부추기는 것밖에 없다.
북한 핵무기도 단호히 비판해야
한국 정부와 언론은 이러한 우려에 대해 ‘북핵 현실론’으로 맞서고 있다. 당장 북한 핵의 위협이 현실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다른 선택지가 없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마따나 북한 핵무장은 한반도에 사는 우리가 피해갈 수 없는 현실이 되었다. 북한은 2013년 헌법 개정을 통해 핵무장 국가임을 선언했고, 최근에는 남한 전체를 타격할 수 있는 미사일을 지속적으로 실험하면서 핵능력을 과시하고 있다.
운동진영 일각에서는 북한의 핵무기는 무기로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 협상용, 또는 방어용이라 주장한다. 미국의 대북 적대 정책이 엄연히 존재하는 가운데, 대미 억제력을 확보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핵무기 개발 시 국방비 부담을 줄이고 그만큼 경제 재건에 쏟을 수 있다는 근거도 포함된다.
그러나 대체 어떤 근거로 그 의도를 순수하게 해석할 수 있나? 상대는 미국의 핵에 대해서도 똑같이 얘기할 수 있다. 미국의 핵은 북한, 중국의 핵을 막기 위한 것이라고 말이다.
무엇보다도 역사적으로 이런 논리는 더 많은 핵무장을 낳고 말았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 미-소 냉전이, 앞서 언급한 중국의 사례가 이를 보여주고 있다. 처음에는 방어를 위해 핵무기를 만들었다지만, 상대편은 이 때문에 더 많은 핵무기를 만들게 된다. 결국 출구가 보이지 않는 군비 경쟁만이 있을 뿐이다. 미국의 핵무기를 비판하면서 북한의 핵무장을 옹호하는 것은 이중 잣대이다. 북한의 핵무장 발전이 미국 MD와 한미일 군사동맹 강화의 중요한 구실이 되어왔음을 잊어서는 안 된다.
그러나 북한의 핵에 사드로 맞서는 것으로는 전혀 현실을 개선할 수 없다. 북한의 핵무장은 짧게는 북한의 비핵화와 관계 정상화를 교환하려했던 6자회담이 상호불신으로 붕괴된 것이 일차적 요인이다. 지속되어온 한미 양국에 의한 군사적, 외교적 압박이 그 배경에 있다. 즉, 보수언론의 주장과는 달리 대화와 신뢰가 부족했기 때문에 북한의 핵무장이 강화된 것이다. 강압적인 정책과 사드 배치로 북한의 태도를 변화시킬 수 없다.
사드 반대 운동, 이제 시작이다!
정부와 언론의 말처럼 정말 북한의 핵무기 공포를 막고 싶다면 사드는 한참 잘못된 선택지다. 사드의 본질은 핵전쟁을 위한 무기이기 때문이다. 사드는 오히려 공포의 근원인 핵무기 경쟁을 강화시킬 뿐이다.
다행히 사드 배치에 반대하는 운동이 시작되었다. 배치 예정지인 경북 성주에서는 주민들의 반대 운동이 점차 확산, 발전하고 있다. 전국 각지에서도 마찬가지다. 여기서부터 시작하자. ‘한반도 어디에도 사드는 안 된다!’의 목소리를 높여나가자. 한미의 한 줌 정부 관료들의 선택에 우리의 미래를 맡겨서는 안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