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특집
  • 2016/05 제16호

바닥 향한 경주 멈추는 국제노동자운동

글로벌 공급사슬과 국제 노동표준

  •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
 
첫 번째 질문.
故 한광호 열사를 죽음으로 내몬 유성기업 노조파괴 작전의 이면에는 현대자동차가 있었다. 자동차 엔진에 들어가는 피스톤링을 현대자동차에 납품하는 1차 하청업체 유성기업 노동자들이 ‘밤에는 잠 좀 자자’며 주간연속 2교대제 실시를 요구했을 때, 현대차가 유성기업에 ‘현대차 시행 후 3개월 내 시행하라’며 유성기업 노사의 교섭에 깊이 개입한 정황이 밝혀진 것이다. 현대차의 개입은 자신이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결정하는 당사자임을 보여준다. 유성기업 노동자들에게 현대차는 제3자이기만 한 것인가? 유성기업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 임금과 노동조건에 대한 현대자동차의 책임은 무엇을 근거로 물을 수 있나? 

두 번째 질문.
올해 초 5명의 노동자가 메탄올 급성 중독으로 시력을 잃는 사고가 발생했다. 사고를 당한 노동자들은 삼성전자와 LG전자에 납품할 휴대전화 부품을 생산하는 제조업체에 인력 파견 업체를 통해 ‘파견’되어 근무하던 중이었다. 민주노총과 여러 단체들이 삼성전자와 LG전자에 공급사슬 내 노동자들이 메탄올에 노출되었다는 사실을 인지한 사실이 있는지, 사건이 발생한 업체들에 어떠한 모니터링을 해 왔는지 질의하자 두 기업은 “문제가 발생한 업체들은 3차 협력사로, 직접 안전관리 및 모니터링의 대상이 아니”라고 답변했다. 덧붙여 삼성전자는 “3차 업체는 2차 업체와의 거래관계가 수시로 변경되고 있어 실체파악 자체에 어려움이 있다”고 답변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휴대폰 부품을 생산하는 노동자들의 실명 사고에 대해 두 기업에 어떻게 책임을 물을 수 있을까?
 

누가 책임질 것인가?

오늘날 공급사슬 노동자들의 임금, 노동기본권, 안전·보건 등 노동조건 전반에 대한 원청 대기업의 책임 문제는 국내 뿐 아니라 국제 노동자운동의 주요 관심사다. 

이 문제가 국제 노동자운동의 주요 과제로 떠오르게 된 직접적인 계기는 2012년 방글라데시와 파키스탄의 의류공장 화재 사건, 2013년 방글라데시 라나플라자 공장 붕괴 사건이었다. 수백 명에서 천 명이 넘는 노동자들의 목숨을 앗아간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자 국제사회는 충격에 빠졌고, 이들 공장으로부터 납품을 받아 막대한 이윤을 창출하는 초국적 의류 브랜드(H&M, Zara 등)의 책임이 부각되었다. 최근 몇 년 사이 폭발적으로 일어난 캄보디아와 인도네시아 봉제 노동자들의 임금인상 투쟁은 이러한 분위기를 더욱 강화시켰다. 
 

‘바닥 향한 경주’를 멈춰라!

‘글로벌 공급사슬(Global Supply Chain)’은 원료를 조달하고 중간재 생산을 거쳐 최종 상품을 만들어 마케팅, 판매, 판매 후 서비스까지의 과정이 국경을 초월해 작동하는 현실을 표현하는 개념이다. 

글로벌 공급사슬이 확대되는 동안 초국적 자본은 글로벌 경제에 엄청난 통제력을 발휘하면서도 노동조건에 관한 사용자로서의 책임에서는 매우 멀어졌다. 글로벌 공급사슬의 정점에 위치한 ‘지배대기업(Lead Firm)’은 수없이 많은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좌우하면서도 직접적인 고용관계를 맺고 있지는 않다. 이러한 지배대기업에 책임을 묻고 또 이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은 국제 노동자운동의 전략적 과제다.

지배대기업은 공급업체(하청업체)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다. 지배대기업은 전 세계 여러 나라 공급업체를 놓고 임금과 규제의 수준, 주문을 충족할 역량을 비교하여 공급업체를 손쉽게 바꿀 수 있다. 또 공급업체들은 가격 경쟁에서 살아남고 물량 및 주문 상품의 변동을 따라잡기 위해 생산의 일부를 다른 기업에 재하청 준다. 기업이 공급사슬을 따라 그 비용을 연쇄적으로 전가함으로써 공급사슬의 하층으로 내려갈수록 임금은 낮아지고 일자리의 질은 열악해진다. 

오늘날 노동자들은 국경을 초월한 생산시스템 내에서 서로 경쟁에 내몰린다. 사업장 수준, 일국적 수준의 투쟁으로는 이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없다. 노동조합은 사용자들과 타협하지 않으면 생산시설과 고용을 노동비용이 더 낮은 나라로 이전하겠다는 위협(“강성노조 때문에 한국에선 사업 못 하겠다”)을 받고, 일자리를 잃게 될 위험에 처한 노동자들은 임금과 노동조건 저하를 받아들이라는 압박을 받는다. 이러한 ‘바닥 향한 경주’를 제어하기 위해서는 국제적인 수준에서 모든 노동자에게 노동기본권이 보장되도록 하고 임금과 안전·보건 기준, 각종 규제가 동일하게 적용되도록 하는 운동이 필요하다.
 
 

글로벌 공급사슬의 두 가지 유형

국제적으로 조직된 자본주의 생산에 노동조합이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공급사슬의 구조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글로벌 공급사슬은 그것을 주도하는 지배대기업의 특성에 따라 ‘생산자 주도형’과 ‘구매자 주도형’으로 나뉜다. 

생산자 주도형 공급사슬은 주로 자동차산업이나 전자산업과 같은 자본·기술집약적 산업에서 나타난다. 일반적으로 이 공급사슬 내에서는 최종 생산품을 만드는 거대 산업기업이 사슬 전반을 통제 및 조정하며, 부품 생산 특히 가장 노동집약적인 생산과정은 외부의 하청기업이 담당한다. 

구매자 주도형 공급사슬은 노동집약적 산업에서 나타난다. 여기서는 디자인·유통·마케팅을 담당하는 브랜드 기업이 전체 사슬을 통제한다. 의류 산업이 대표적이다. H&M, Zara 등 글로벌 패션 브랜드들은 의류 공장을 보유하지 않고 캄보디아, 방글라데시 등지의 소규모 공장에서 계약 생산(OEM) 방식으로 생산한 제품을 납품받아 전 세계 매장에서 판매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생산자 주도형 공급사슬도 구매자 주도형 공급사슬의 특징을 차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전자산업 지배대기업들이 최종제품 시장의 창출 및 서비스 제공에 치중하며 생산기능을 아웃소싱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핵심 생산부문을 제외한 부품 생산은 다단계로 이루어진 하청 기업에 외주화 한다. 애플은 더 나아가 생산 기능 전반을 제조 전문기업(폭스콘)에 외주화 하고, 생산보다는 연구개발, 디자인, 판매 마케팅에 주력한다. 이러한 변화는 자동차 산업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모든 형태의 공급사슬에서 지배대기업이 생산부문을 외부화 하고 분산하면서도 통제력을 유지할 수 있는 이유는 ‘고부가가치’를 낳는 영역을 장악하고 있기 때문이다. 

생산자 주도형 공급사슬 내에서 노동조합은 생산과정, 특히 공급사슬의 가장 민감한 부분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부품을 공급하는 하청기업에 대한 의존은 지배대기업이 생산자 주도의 가치사슬 내에서 가장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이다. 이를 공략할 때 노조의 행동은 가장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이때 노동조합이 투쟁을 통해 완성품 생산과정이나 부품공급을 중단시키면, 공급사슬의 정점에 있는 지배대기업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나아가 보다 효과적인 전략을 펼치기 위해 공급사슬을 따라 강력한 초국적 네트워크를 형성할 수 있어야 한다.

반면 구매자 주도 가치사슬에서는 노동조합이 공급사슬 내부에서 영향력을 발휘하기가 어려워진다. 지배대기업이 공급기업을 선택하고 대체하는 데에 더 큰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지배대기업이 민감하게 여기는 부분은 시장에서 브랜드의 평판이다. 이런 상황에서 노동조합은 소비자단체를 비롯한 광범위한 사회운동과 연대하여 지배대기업을 압박하고 이들이 공급사슬 전반에 걸쳐 노동기준을 준수하도록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략을 취해왔다. 
 
 

공급사슬을 아우르는 노동표준 수립 시도

국제노동조합총연맹(ITUC)은 글로벌 공급사슬 내 노동자를 조직하고 공급사슬 정점에 위치한 지배대기업에게 사용자로서의 책임을 촉구하기 위해 ‘기업의 탐욕을 멈춰라’ 국제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아시아 지역에서는 공급사슬 맨 아래에 위치한 캄보디아, 인도네시아, 필리핀, 방글라데시 노동자들을 주력부대로 해서, ‘무노조 경영’으로 악명 높은 삼성을 1차 타깃으로 캠페인을 펼친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와 더불어 국제노총은 글로벌 공급사슬 전반에 국제노동표준이 적용될 수 있도록 하는 국제적 틀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에 따라 올해 국제노동기구(ILO) 총회(2016.5.30.~6.11)에서는 <글로벌 공급사슬 내 양질의 일자리>가 안건으로 채택되어 토론될 예정이다.

국제노총에 따르면 전 세계 50대 초국적기업 글로벌 공급사슬의 전체 노동자 중 94퍼센트의 노동자들(약 1억 1600만 명)은 이들 기업과 직접적인 고용 관계가 없다. 초국적기업은 규제가 약하고 임금이 낮고 노동기본권이 보장되지 않는 국가를 찾아 다단계 하청구조를 확대하고 있는데, 국제노동기준(ILO협약)은 21세기에 더 이상 일반적이지 않은 정규직 직접고용을 전제로 수립되어서 현실을 충분히 담지 못한다는 것이다. 

초국적기업의 활동을 규제하는 한편 이들 기업이 자회사 혹은 하청업체에서 발생한 인권 침해에 대해 책임을 지도록 하는 국제적인 기준 마련은 여타 국제기구들에서도 시도되어 왔다. <유엔 기업과 인권에 관한 이행 원칙>과 이 대표적이다. 2011년에 각각 제정되고 개정된 이 두 기준은 초국적기업이 자신이 관여하는 공급사슬 전반에서 국제 인권 기준이 준수되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삼는다. 

이를 뒷받침하기 위해 ‘기업 활동의 인권 실사 의무’와 ‘사업 관계 전반에 대한 책임’이라는 개념이 도입되었다. ‘실사(Due Diligence)’는 보통 기업이 인수합병 전에 대상 기업이 제출한 재무보고서가 실재와 일치하는 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확인하고 점검하는 과정을 일컫는 용어로 쓰이는데, ‘기업 활동의 인권 실사 의무’는 이 개념을 인권 기준에 차용한 것이다. 여기에는 기업이 인권 침해가 발생한 후 사후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업 활동이 인권에 미칠 악영향을 미리 예측하고 사전 예방 조치를 취할 의무를 다해야 한다는 의미가 포함되어 있다. 또한 ‘사업 관계(Business Relation)’라는 개념을 통해 기업이 직접고용 관계가 있는 자회사뿐 아니라 다단계 하청 전반의 인권 기준 준수에 대해서도 책임을 지닌다는 의미를 분명히 했다. 
 
국제노총은 글로벌 공급사슬 전반에 적용되는 노동표준을 수립하기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1) 글로벌 공급사슬 내 노동기본권
각국 정부는 자신의 영토 내 모든 기업이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지키도록 강제할 의무가 있다. 나아가 정부는 자신의 영토에 등록된 기업의 역외 활동에 대해서도 규제할 수 있어야 한다.
2) 임금
초국적기업은 비용이 가장 저렴한 나라에서 비숙련 생산을 하고자 한다. 이러한 ‘바닥 향한 경주’를 멈추기 위해서는 전 세계에 동일노동-동일임금을 적용해야 한다. 
ILO는 각국 생계비의 차이를 반영하여 국제 경쟁이 심각한 산업 부문의 임금 가이드라인을 제기해야 한다. 해양사업부문에서는 이미 ILO의 주선 하에 노동자(선원) 및 사용자(선주) 대표가 초국적 임금교섭을 통해 국제선 선원들의 임금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고 있는데, 이것이 힌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는 기업으로 하여금 최저임금 이상의 임금을 지급하지 않는 공급 업체와의 계약을 금지할 수 있다. 운수·물류 부문에는 지나치게 낮은 운임으로 인해 발생한 안전사고에 대해 공급사슬에 참여하는 모든 기업들이 책임을 지도록 하는 제도가 있다. 미국의 ‘임금과 노동시간에 관한 법’의 불공정 화물(Hot Cargo) 조항(임금 및 노동시간을 위반하는 화물 운송 금지)과 호주의 ‘안전운임 법안’이 그 사례다.
3) 초국적 교섭
결사의 자유와 단결권, 단체교섭권에 관한 ILO 협약은 일국 차원의 노사관계를 모델로 삼아 확립된 기준이다. 따라서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첸나이공장, 앨라배마 공장, 체코 공장 노동자들의 요구를 아울러 현대자동차와 교섭을 한다거나 H&M 상표를 달고 판매되는 옷을 만드는 캄보디아와 방글라데시의 노동자들이 해당 기업과 교섭하고자 하는 노동조합의 시도를 뒷받침하지 않는다. 
글로벌 공급사슬 전반에 걸친 노동관계를 새롭게 다룰 틀이 필요하다. 세계 곳곳에 흩어져 하나의 기업을 위해 일하는 노동자들은 구속력 있는 단체협약 체결을 위해 해당 기업과 교섭할 수 있어야 한다. 
초국적기업과 자회사 및 공급사슬 내 노동자를 대표하는 노동자 조직 혹은 관련 국제산별노련이 초국적 기업과 구속력 있는 단체협약을 체결하고, 각국의 산별노조 및 기업별노조는 이 국제협약을 기초로 현장과 밀착한 내용을 다루는 보충적인 교섭을 진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협약 이행에 관해 노사 간 분쟁이 생기면 이를 해결할 중재기구 역시 초국적 수준에서 설치되어야 한다. 오늘날 많은 나라에서 동조파업을 법률로 금지하고 있어 초국적 수준의 연대파업을 할 권리는 보장되지 않는다. 파업권 보장은 자회사와 공급업체에서 발생하는 쟁의까지 확대되어야 한다.
4) 공동 책임 - 투명성 및 추적가능성
글로벌 공급사슬이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으면 지배대기업이 상품과 서비스를 어디서 조달하는지 알 수 없다. 그렇다면 공급사슬 내에서 발생한 법 위반 및 권리 침해에 대한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밝히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대부분의 지배대기업은 1차 하청업체를 제외한 각 단계 공급사슬이 어떤 상태인지 추적하지 않는다. 정부는 각 기업으로 하여금 공급사슬에 속한 사업장의 위치, 화물 운송과 물류 공급자에 대한 공개 의무를 부과해야 한다. 이를 통해 노동자들은 공급사슬 전반의 책임을 물을 수 있을 것이다.
또, 공급사슬의 하층으로 갈수록 이주노동자의 참여가 많은데, 공급사슬 내 노동력 파견 업체 관련 규정을 마련하고 불법적·비윤리적 이주노동자 모집(인신매매 등)을 금지해야 한다. 그래야 이에 대한 책임을 공급사슬에 참여하는 모든 업체가 공동으로 책임질 수 있다.
5) 법적 책임
초국적 기업의 공급사슬에 참여하는 기업들, 특히 사슬의 하층에 위치한 중소영세업체에서는 최저임금 위반, 임금 체불, 사회보장기여금 미납 등 법 위반이 빈번히 발생한다. 초국적 기업들은 오히려 법적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나라 또는 법 적용이 면제된 지역(수출자유지대 또는 경제특별구역)에서 제품을 공급받음으로써 비용을 최소화하려 한다. 
노동자들이 소송을 통해 현지 기업의 지불 책임을 인정받더라도 지불능력이 없는 영세 업체에 지불을 강제할 방법은 없다. 또한 이들에게 부품이나 상품을 공급 받는 초국적기업 본사에는 사법관할권이 미치지 않는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공급사슬에 참여하는 현지 기업에 최소자본요건을 부과하거나 수출산업 기업에 노동기본권 준수를 약속하는 보증금을 납부하도록 하는 사례가 있다. 
공급사슬 내 모든 법 위반 및 권리침해에 대한 지배대기업의 법적 책임을 묻기 위한 방안은 무엇이 있을까? 우선 공급사슬 내에서 발생하는 모든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지배대기업에 지우고, 권리 침해에 직접 연루된 공급업체가 책임을 공유하도록 지배대기업이 사후적으로 소송을 걸도록 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는 실현 가능성이 낮다. 
보다 현실적인 방안은 모든 기업(또는 일정 규모 이상의 기업)이 인권 실사 의무를 수용하도록 하고, 이를 공급사슬 전반에서 실시함으로서, 그 정보 공개를 의무화하는 것이다. 쉽게 말해 위반이 발생했을 때 지배대기업이 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했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위반에 대한 법적 책임을 묻는 것이다. 프랑스의 경우, 기업의 인권 실사 의무에 관한 법안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전략

맨 처음 던졌던 두 개의 질문으로 돌아가 보자. 현대자동차의 부품사 노조파괴 직접 개입 사례에서 현대자동차는 유성기업 등 부품사 노동자들의 법적 사용자가 아니다. 그렇지만 국제노총을 비롯한 국제 노동조합의 여러 시도에 비추어 보면, 현대차는 지배대기업으로서 ‘공급사슬 내 법 위반 및 권리침해’에 대한 책임이 있다. 또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기업과 인권에 관한 국제기준’에 따라 3차 하청업체에서의 위험물질 사용 가능성을 사전에 파악하고 예방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의무가 있다. 

글로벌 공급사슬의 확대를 통해 비용을 연쇄적으로 하청기업과 노동자에 전가하는 한편 사용자로서의 책임은 회피하는 재벌대기업의 행태는 이른바 ‘신자유주의 세계화’ 이후 일상이 되었다. 이것이 오늘날 전 세계의 노동자운동이 맞닥뜨린 새로운 조건이다. 우리는 이에 맞서기 위한 국제노동조합의 전략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한국의 현실에 맞게 재구성할 필요가 있다. 

노동자운동은 재벌대기업이 공급사슬 전반에 미치는 영향력과 비용전가, 책임회피를 가시화하며 압력을 가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노동자운동이 글로벌 공급사슬 전반을 포괄하는 연대를 강화하고, 재벌기업이 산업 수준 또는 공급사슬 전반을 포괄하는 수준의 교섭이나 책임을 거부할 수 없도록 강제해야 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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