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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6/04 제15호

삼성이 하면 다릅니다

저성과자 일반해고 선제적 도입

  • 안민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교선위원
 
올해 초 일반해고와 취업규칙에 관한 정부의 2대 지침이 발표되었다. 저성과자 일반해고의 위협은 이제 성큼 우리 앞에 다가왔다.

이런 노동개악 시도의 뒤켠엔 굴지의 재벌 자본들이 자리 잡고 있다. 삼성은 전국에 퍼져 있는 삼성전자서비스에 저성과자 일반해고를 선제적으로 도입했다. 지난해 12월 30일 노동부 간담회가 있은 뒤, 올 1월 1일 삼성서비스 동대문센터에선 ‘징계 기준 보완’ 공고가 나왔다. 실적평가 하위 10퍼센트에게 업무개선명령서를 조치하고 3회 누적 경고장, 경고장 2회 누적 시 정직 1주, 정직 2회 이상일 경우 징계위원회로 회부된다는 내용이다.

영등포센터에서는 ‘업무 전달’ 공고가 붙은 뒤, 월간 실적이 60건 이하일 경우 각종 관리지표에 따라 하위 10퍼센트 인원에 대해 경고장이 발부된다고 알렸다. 경고장이 3회 누적될 경우 저성과자로 분류되고 각종 시상에서 제외하겠다는 통보도 있었다. 또 영등포센터는 ‘개인별 성과관리 TOOL’을 통해 엔지니어에게 A부터 E등급까지 부여한 뒤 결과를 공고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전국 서비스센터에서 실시된 각종 실적지표와 생산성 평가로 경고장, 업무개선요청서, 저성과자 관련 공고가 붙은 사례는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가 확보한 것만 해도 50여 건에 달한다.
 

“옳은 소리 할 거면 나가라”

영등포센터에 붙은 ‘개인별 성과관리 TOOL’은 6가지 항목을 나누어 이에 대해 실적과 점수를 표기하고 등급을 부여한다. 조합원들이 “평가에 사용된 상세 기준을 알려 달라”고 요청하자 사장은 “다른 직원들은 가만히 있고 수긍하는 분위기인데 왜 너희만 따지느냐”며 이를 묵살했다. 

자의적 기준이든 뭐든 평가하는 것은 사장 마음이니 ‘가만히 있으라’는 것이다. 이에 영등포센터 정찬희 분회장은 “영등포센터는 조합원이 근속도 더 높고 기술력도 좋은 편이다. 실적이 나쁘지 않은데, 조합원들이 중하위권에 포진되어 있는 것 자체가 납득이 안 간다”라고 항변했다. 하지만 사측은 끝내 정확한 기준을 밝히지 않았다.

영등포센터에서는 노조간부 표적 징계·해고가 진행되기도 했다. 쉬운 해고가 현장에 도입되는 과정은 노조간부 표적 징계·해고와 연동되어 나타났다. 영등포센터분회 전·현 분회장이 해고 통보를 받았고, 조직부장은 정직 1개월, 조합원 1명은 정직 3개월을 통보 받았다. 

정찬희 분회장은 삼성전자서비스지회 서울권역 분회의장이다. 노조의 한 권역을 책임지는 대표간부를 표본으로 삼아 해고한 것에 전 조합원이 분노로 들끓었다. 사측은 해고 사유로 2014년 6월 28일 기준협약을 체결할 당시 노사 상호 취하하기로 했던 사건을 꼬투리 삼았다. 

이후 지회는 저성과자 일반해고 도입과 노조간부 표적 징계·해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긴급지침을 통해 전국 삼성전자서비스 센터 앞 선전전을 벌였다. 이 과정에서 언론과 시민사회의 관심이 집중되었다. 그러자 사측은 꼬리를 내리고 해당 징계가 재심을 거쳐 실행이 유보된 상황이다. 당당하게 맞섰기에 지연은 시켰지만 여전히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다.
 

사실상 누구나 저성과자! 

상대평가를 통해 하위 10퍼센트를 선정하면 누군가는 반드시 저성과자가 된다. 결국 살기 위해서는 누군가를 밟고 올라서야 한다. 이를 악용하면 선별적 징계뿐 아니라 상시적인 구조조정도 가능하다.

전국의 센터에서 남발된 각종 실적에 관한 경고장에는 추가 경고장이 발생할 경우 ‘인사상 불이익이 있을 수 있다’, ‘엄중 징계 하겠다’고 명시되어 있다. 심지어 실적 순위에 따라 ‘청소를 시키겠다’는 센터도 있었다. 

이처럼 삼성은 사실상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임에도 ‘업무 전달’, ‘공고’를 통한 인사권 행사라며 권위를 남용하고, 저성과자 일반해고를 강제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고객권리 침해하는 실적평가, 오직 삼성의 ‘이윤’에 맞춰져

삼성의 저성과자 일반해고 도입은 수리기사에게만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니다. 삼성의 ‘핵심성과지표’(KPI)에는 AS 받을 소비자의 권리를 침해하는 실적지표도 존재한다. 예를 들어 ‘무상자재단가 실적’은 무상 수리 기간에 자재 사용을 최소화하거나 재생부품을 써야 지킬 수 있다. 또한 판정서 발행률은 제품 불량으로 인한 교환환불 판정서를 적게 써야 지킬 수 있는 실적이다. 이뿐만 아니라 엔지니어의 귀책이 아닌 접수과정, 제품에 따른 불만까지 만족도 조사로 연결되거나 실적지표끼리 충돌하는 경우도 있다. 

결국 10개가 넘는 실적지표에 따라 엔지니어가 심사받는 것은 ‘수리를 잘했는지’가 아니다. 삼성의 입맛대로 만든 실적지표에 따라 ‘고객의 불만을 엔지니어가 감당했는지’, ‘비용을 최소화했는지’인 것이다. 자본의 이익에 따라 만들어진 불합리하고 불투명한 실적기준에 희생되는 것은 엔지니어와 소비자다. 여기에 더해 저성과자 일반해고가 도입되는 것은 노동자의 생계를 볼모로 잡고 노무관리를 강화하는 것에 불과하다.
 

조직된 노동자의 힘으로

상대는 재벌 1위 삼성이다. 노동조합을 만들기 전에는 이 말도 안 되는 실적평가에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노동조합을 결성하며 내 삶으로부터 동료들에게로, 그리고 세상 밖으로, 잘못된 것을 바로잡기 위해 싸워왔다. 

정부의 행정지침과 노동시장 구조개악은 헌법 위에 군림하며 노동자의 삶을 조각내고 있다. 영세하고 노동조합이 없는 사업장에서는 저성과자 일반해고가 더욱 심각한 양태로 진행될 것이다. 반드시 막아야 한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 47개 분회는 1월 말부터 전국의 삼성전자서비스센터 앞에서 부당한 실적평가를 알리는 선전전을 진행해왔다. 이런 활동은 여론의 지지를 받았고, 센터측의 고압적인 행태를 일부 막기도 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내 삶에서부터 노동개악을 저지하는 투쟁을 벌여내고 정부의 노동개악을 막아내는 ‘사회적 저지선’을 만들어나갈 것이다.

나아가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는 희망연대노조와 함께 3월 8일 ‘삼성·SK·LG·태광·씨앤앰 기술서비스노동자 권리 보장과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투쟁본부’를 출범했다. 이미 기술서비스산업에는 부당한 실적평가가 만연해왔고 노동자는 실적압박, 불이익 조치 속에 몸살을 앓아야 했다. 이에 더해 자본은 ‘쉬운해고’를 통해 노동자의 삶을 송두리째 빼앗으려 하고 있다. 더 많은 노동자들의 단결된 투쟁이 필요하다. 

재벌을 상대로 한 다단계하도급 철폐, 노동권 보장, 재벌의 사회적 책임을 요구하는 투쟁은 이미 시작됐다. 지난 3월 17일 ‘기술서비스 간접고용노동자 권리보장과 진짜사장 재벌책임 공동행동’이 출범했다. 노동자와 사회운동의 연대를 통해 자본과 정부가 만들어내는 노동지옥을 뒤엎고, 누구나 노조할 수 있는 사회적 물결을 일으켜 나가고 싶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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