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여는글
  • 2016/04 제15호

우리에게 봄이 온다면

  • 홍명교 미디어국장
퐝!!! 전국경제인연합회관 앞 커다란 풍선이 터졌다. 이른 봄 여의도 길바닥에 밀가루와 색종이가 쏟아진다. 경호원들이 달려와 사태 파악에 나선다. 이름하여 ‘탐욕의 재벌풍선 터뜨리기’다. 삼성, 태광, LG, SK 등 재벌 자본에 맞서 싸우고 있는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펼치는 캠페인이다. 오는 총선에서 “삼성장학생을 심판하자!”는 구호도 함께 외치고 있다.

4월 1일에는 공공운수노조 교육공무직본부 소속 3만여 명의 학교비정규직 노동자가 거짓말처럼 파업에 나선다. 직종은 다양하지만 학교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하나로 뭉쳤다.

엉망진창 총선 정국, 거대 양당은 공천을 둘러싼 잡음으로 시끄럽고, 진보정당을 비롯한 민중운동은 중심을 못 잡고 있다. 구태정치에서 한 치도 벗어난 적 없던 새누리당과 더민주당, ‘새정치’를 부르짖고 뛰쳐나간 국민의당은 민의를 대표해 무엇을 개혁할지, 어떤 대안을 만들 것인지에 대해선 아무 관심 없다. 공천권을 둘러싼 쟁투로 어지러울 뿐이다.

이런 와중에도 양당은 대대적인 물갈이를 감행했다. 물갈이라고 다 좋은 것은 아니었다. 새누리당은 대통령 눈 밖에 난 이들을 정리했고, 더민주당은 친노로 분류되던 정치인들이 대거 공천에서 탈락하고, 정청래 의원이나 을지로위원회 등 당내에서 비교적 개혁적이라 여겨졌던 의원들도 공천에서 밀려났다. 그럼에도 그 당에 어리석은 기대를 저버리지 못하는 이들은 여전히 이 기만적인 쇼를 쳐다보며 한마디씩 거들고 있다.

이번 총선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무엇이 되어야 하는가? 박근혜 정권 심판, 구태정치 물갈이, 안보강화 등 정치적 이해관계와 당파적인 입장에 따라 저마다의 프레임을 내세우지만 그것이 과연 노동자 민중을 위한 프레임인지는 의구심이 든다.

우리의 삶을 이토록 무너뜨린 정체는 무엇인가? 한국 사회를 ‘헬조선’으로 추락시키고 있는 세력은 누구인가? 무엇이 우리 일터를 황폐하게 만들며, 단결하지 못하게 만들고 있는가? 리얼리티쇼로 전락한 주류정치에 속지 않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

심각한 실정과 부정부패, 각종 참사들에도 불구하고 집권여당의 강세는 식을 줄 모르고 이맘때면 찾아왔던 레임덕도 오지 않았다. 20대 총선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정작 우리를 위한 의제는 단 한 번도 제시되지 않은 것처럼 느껴진다. 언론에는 이전투구의 양상과 막말 퍼레이드만 드러난다.

위정자들의 권력 다툼이 정치에 대한 혐오와 사회 변혁에 대한 냉소로 귀결되고 있는 오늘. 우리는 무엇보다 총선이 민중의 의제들을 집어삼키지 않도록 해야 한다. 보수정치권의 이전투구에 휘말린 총선이 아니라, 총선 이후를 내다보는 민중의 싸움을 개시할 때다.

그런 의미에서 가전제품 AS기사와 케이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공동투쟁, 학교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파업에 주목해야 한다. 한동안 좌절된 희망의 꿈을 사회운동 강화로 회복해야 한다. 《오늘보다》 4월호가 재벌개혁 담론과 노동자운동의 대응을 화두로 던지고 있는 이유다. 이번 호는 특히 미디어에서 찾아보기 힘든 감춰진 노동의 현장, 망각된 평화운동의 전망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려 했다. 이번 주말이 지나면 꽃이 핀다고 한다. 길었던 겨울이 끝나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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