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건강과 사회
  • 2016/03 제14호

지카 바이러스가 무서운 이유

백신 개발해도 구조적 원인은 그대로

  • 채수용 의사
 
소두증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소두증의 원인으로 의심되는 지카 바이러스는 지난해 5월부터 확산되어 브라질에서 150만 명이 감염되었고 30개국에서 보고되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월 1일 ‘국제 공중보건위기상황’을 선포하며 비상사태에 돌입했다. 각국 정부는 모기 예방법 마련, 여행 자제 권고 등 대응에 나섰다. 
 

공포의 확산

지카 바이러스는 1947년 아프리카 우간다 숲의 원숭이에서 처음 발견됐다. 지난 반세기 동안 아프리카, 아시아 일부 지역에 14건의 감염만 보고되었던 이 바이러스는 2007년부터 태평양의 섬 일대에 발생하기 시작해 두 차례 유행을 일으켰다. 브라질에 나타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며 전례 없는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은 며칠간의 잠복기 후에 발열, 발진, 눈 충혈, 관절통 등의 증상을 보이지만, 대개 경미하고 대부분 일주일 이내에 증세가 회복된다. 감염자의 80퍼센트는 별다른 증상 없이 지나간다. 

문제는 지카 바이러스의 유행과 소두증 발생과의 관련성이 강하게 제기됐기 때문이다. 소두증은 신생아의 두뇌가 충분히 성장하지 못한 채 작은 머리를 갖고 태어나는 선천성 기형이다. 브라질에서는 지난해 10월부터 지금까지 소두증으로 의심되어 신고된 5079명 중 1227명이 조사되어 462명이 확진된 상황이다(2월 12일 기준). 이는 예년의 150~200명에서 크게 늘어난 수치다. 

아직까지 둘 사이의 인과관계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최근 발표되는 연구 결과들은 계속해서 그 가능성을 뒷받침하고 있다. 현재까지 감염을 예방하기 위한 백신이 없는 점, 또 지카 바이러스의 매개체인 이집트숲모기와 흰줄숲모기의 서식범위가 매우 광범위하다는 점은 이 바이러스의 광범위한 유행 가능성을 시사한다.
 

 
도시화와 기후변화가 초래한 모기 증가

지카 바이러스는 숲모기 없이 전파가 힘들며, 따라서 숲모기는 이 바이러스의 매우 중요한 매개체다. 숲모기의 서식 범위는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며 인간과 숲모기의 접촉 기회 역시 증가하고 있어 지카 바이러스가 유행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지고 있다. 여기에는 사회경제적 배경이 있다.

바이러스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번 사태는 환경 파괴와 관련된다. 지나친 벌목으로 인해 숲에 살던 모기들이 인간과 접촉할 기회가 많아졌다. 숲이 사라진 자리에 급격한 도시화가 진행되어 숲모기가 서식하기 유리한 환경이 만들어진다. 여기에는 빈곤도 큰 배경으로 작용한다. 바이러스가 삽시간에 퍼진 근원지인 브라질의 북동부지역은 빈곤이 만연한 지역이다. 

처리되지 못하고 산재한 쓰레기들에 빗물이 항시 고여 있고, 수도 시설이 제한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이 물을 따로 탱크에 모아두어 숲모기들이 알을 낳기에 최적의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지방정부는 이런 상황을 계속 방치했다. 

기후변화도 숲모기의 증가에 기여했다. 숲모기는 주로 열대지역에 서식한다. 그러나 매년 지구 기온이 상승함에 따라 숲모기의 서식 가능 범위는 더욱 확장되고 있다. 북부 지방의 겨울이 점차 따뜻해져서 숲모기는 새로운 지역으로 계속 퍼져 나가고 있다.

지카 바이러스는 이러한 모기 서식지 변화와 개체 수 증가에 따라 늘어나고 있는 모기 매개 감염병들 중 하나에 불과하다. 해마다 수억 명을 감염시키고 2만 명의 목숨을 가져가는 뎅기열 바이러스가 가장 대표적이다.
 

브라질 정부의 방치

오는 8월 올림픽 관광 수입을 기대하던 브라질은 지카 바이러스 사태를 “통제할 수 있다”며 안심시키기에 급급하다. 브라질 정부는 숲모기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공무원과 군인 등 22만 명을 동원해 방역작업과 예방교육을 하고 임신부 40만 명에게 모기예방약을 배포하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가 주도하는 이집트 숲 모기 박멸 작전이 어느 정도나 성과를 거둘지 의문이다. 소두증 피해가 가장 심한 북동부 페르남부쿠 주의 헤시피 시에서 진행되는 방역작업이라고 해봐야 방역요원들이 주택가를 찾아다니며 고인 물을 버리는 정도다. 

이곳은 비위생적인 환경이 널려 있어 모기의 번식을 막기는 사실상 불가능한 실정이다. 또한 지난 수십 년간 이런 지역을 방치해두었던 정부가 이 문제를 제대로 해결할 의지가 있을지도 의문이다. 지난 11월 소두증과 지카 바이러스의 관련성이 대두되며 헤시피에서 모기 박멸을 위해 700만 달러를 정부에 요청하였으나 1월이 되어서야 겨우 30만 달러가 지급되었을 뿐이다.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로의 슬럼가
 

원인은 놔두고 결과만 주목

당면한 사태에 대한 국제사회의 대응은 그저 자국의 방역을 강화하는 정도로 이루어지고 있다. 여행 자제, 임신 지연 권고 등이 고작이다. 그러면서 유전자 조작 모기 등을 통한 신종 모기 퇴치 기술에 초점이 맞추는 등 모기가 번식하는 구조적 원인은 무시하고 있다. 

그러나 모기의 증가는 한 국가 홀로 대응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 전지구적인 차원의 문제다. 환경파괴, 빈곤 등의 원인을 도외시한 채 단순히 방역을 더 잘한다고 해서 해결될 리 없다. 그동안 기후변화에 따라 모기 매개 감염병이 증가되었다는 보고는 끊이지 않았고 여러 전문가들은 기후변화가 국제사회에 새로운 열대지방질환의 유행을 초래할 수 있다고 꾸준히 경고해왔다. 그러나 국제 사회는 침묵으로 일관했다. 유엔기후변화협약은 말뿐인 협상과 현상유지를 위한 해법들만 내놓을 뿐이었다.

또 한편으로 국제사회는 백신 개발에 주의를 집중시킨다. 시급히 공적 재원을 투자해 이 바이러스로부터 안전을 확보하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발생 원인에 대한 접근은 부재한 채 이런 약물의 개발에 힘을 쏟는 것은 발생한 질병에 대해 사후적인 처방을 내리는 것이며 원인이 지워지지 않는 한 언제든 새로운 전염병이 유행할 수 있다는 사실을 간과한다. 이렇듯 당장 붙은 불만 끄면 된다는 식의 국제사회의 태도는 과거 어떠한 전염병 유행의 시기에도 언제나 일관되게 나타났다.
 

여성에게 집중되는 공포와 부담

광범위한 모기의 분포로 볼 때, 그리고 확산된 감염의 규모로 볼 때, 이번 사태는 쉽게 가라앉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올해는 엘니뇨현상으로 모기 수가 더욱 급증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더욱이 백신 개발까지는 3~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고 한다. 

지카 바이러스가 퍼지자 에콰도르, 콜롬비아, 엘살바도르 등에서는 여성들에게 당분간 임신을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중남미의 많은 국가들에는 성폭력이 만연해있으며 대다수 국가에서 낙태가 불법이거나 엄격히 제한되고 있다. 

또한 지카 바이러스가 주로 확산된 곳은 빈곤·저개발 지역이지만 이러한 곳은 피임에 대한 접근이 제한될뿐더러 성교육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한다. 이러한 환경에서 임신을 하지 마라는 권고는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정책일 뿐이다. 

남미 언론 라티노헬스는 “지카 바이러스 때문에 고통받는 것은 모든 산모들이 마찬가지지만 경제력에 따라 대응방법도 차이가 난다”고 말했다. 가난할수록 전염병에도 더 취약하다는 뜻이다. 
 

전염병에 대한 구조적 접근

지카 바이러스 문제는 저개발국에 국한될 가능성도 있다. 같은 이집트숲모기를 매개로 하는 뎅기열이 좋은 사례다. 강 하나를 사이에 둔 미국의 러레이도와 멕시코의 누에보라레도의 뎅기열 감염률이 1.3퍼센트와 16퍼센트로 차이가 났다. 이는 다른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브라질은 지카 바이러스뿐만 아니라 앞서 말한 뎅기열과 치쿤구니아 열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곤충감염병균전문가는 “지카 바이러스와 같은 질병들은 모기가 번성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지면서 인간까지 전파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2014년 에볼라 사태 역시 삼림벌채로 숲이 파괴되고, 가난한 사람들이 생존을 위해 더욱 깊은 숲으로 들어가면서, 인간과 에볼라 바이러스의 숙주인 과일박쥐의 접촉이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지목되었다. 2009년 전 세계를 휩쓴 신종플루는 대규모 공장식 축산업을 통해 돼지들을 좁은 공간 안에서 사육하다보니, 독감의 변이가 더욱 왕성하게 되고, 그에 따라 대규모 독감 유행이 발생한 것이다. 

이처럼 우리가 마주하는 전염병들은 우연히 발생한 것이 아니다. 이는 자본주의 체제에서 이윤의 관점으로 인간이 환경과 다른 종을 파괴하고, 빈곤 문제를 유발하거나 방치한 결과이다. 그로 인해 발생한 전염병들은 다시 인간을 위협하고 있다. 

사회의학의 아버지인 루돌프 비르효는 “인위적 질병은 사회적 책임이 있으며, 그릇된 문명으로 인한 것이거나 특정한 계급만이 문명의 혜택을 누림으로써 발생하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질병의 원인은 세균에 있지만, 그 확산과 취약성의 차이는 사회적 요인이 결정한다고 지적했다. 

증가하는 전염병 유행의 사회적 원인을 무시한 채 예측 불가능한 감염균에 대한 개별적인 의학적 개입(백신, 치료제)만으로는 계속해서 나타날 전염병들과의 사투에서 결코 승리할 수 없을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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