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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5/11 제10호
휴먼마스크
<휴먼 마스크>는 프랑스 출신 작가 피에르 위그가 일본 후쿠시마 원전 사고 발생 지역에서 촬영한 영상작업이다.
더는 사람이 살지 않는 거리에 문이 반쯤 열린 선술집이 있다.
들어가 보니 웬 여자아이가 가면과 가발을 쓴 채 의자에 앉아 있다.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는 손에는 털이 수북하다, 사람이 아니라 원숭이다.
해일과 태풍이 다시 닥칠 예정이니 건물 밖으로 대피하라는 방송이 나오자, 바퀴벌레들이 오소소 쏟아진다.
원숭이는 냉장고 문을 열어 술병을 꺼내 놓고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주변을 뱅뱅 돌기도 하고 다시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리기도 한다.
춤을 추는 것인지, 기뻐하는 것인지, 두려워하는 것인지 알 수 없다.
원숭이는 이 선술집에서 수년간 완두콩을 팁으로 받으며 실제로 웨이터로 일했다.
작가는 전설에 등장하는인간 영웅 가면을 원숭이에게 씌워놓고 가면 안의 눈동자를 포착한다.
화면에 가득찬 눈동자는 무고하고 무심해 보인다.
가면은 원숭이의 내면과 인간세계의 경계로서, 동물과 인간의 의사소통이 불가능함을 강조하는 것이리라.
인간은 원숭이에게 유니폼을 입힐수 있지만 스스로 입게 할 수 없고, 가면을 씌울 수는 있지만 스스로 쓰게 할 수 없다.
거짓말을 할 수 있지만, 믿게 만들 수는 없을 것이다.
<휴먼 마스크>는 원숭이는 원숭이일 뿐이라는 이치를 다시 깨닫게 하면서, 자연에 대한 인간 중심적 사고를 지적한다.
더 나아가 후쿠시마 원전사고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요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