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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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1 제10호

여전히 닮고 싶은 그 시선들

정운영, 《시선》

  • 이소형 공공운수노조 광주전남지부 조직국장
정운영 선생의 칼럼들은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마음을 끈다. 《저 낮은 경제학을 위하여》라는 칼럼집 제목 역시 그랬다. 절판된 책이라 찾기 어려웠는데 얼마 전 출판된 그의 선집 《시선》에는 이 책을 포함 9개의 칼럼집 글들이 잘 모아져 있었다. 선집은 소재에 따라 1부 시간의 기억(역사), 2부 저 낮은 경제학(경제), 3부 세상의 풍경(정치), 4부 사람읽기(인물)라는 분류로 편집되어 있다. 〈경제학을 전공하려는 J양에게〉 〈아편에서 달러로〉 〈흥부와 놀부가 같이 사는 길〉과 같은 글들이 인상적이었는데 경제구조에 대한 그의 계급적인 인식이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에서 더 소중하게 느껴진다. 

2부 마지막 글로 실린 〈오늘 우리에게 마르크스주의는 무엇인가〉는 지난 시간 우리가 지향해온 이념적 방향에 대한 ‘친절한 안내서’인 것 같아 조금 자세히 소개하고 싶다. 정운영 선생이 생각하는 마르크스주의의 탁월함은 가치 분배 과정에 배제되어있는 가치 생산자에게 그 주도적 권한을 부여하는 유일한 이론으로써 이를 통해 인간에 대한 인간의 착취를 폐지하자는 주장에 있다. 그런데 ‘오늘’ ‘우리에게’ 마르크스주의가 뭐냐라는 문제는 아직 남아있다. 그는 분단이 마르크스주의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원천적으로 차단했고, 1970~80년대 군사정권의 독재가 역설적으로 그 대중적 관심에의 통로를 열기도 했으나, 현실 사회주의 붕괴가 그 관심에 대한 매력을 소멸시켰다고 적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르크스주의는 여전히 현실 비판에 있어 가장 근본적이고 위력적일 수밖에 없는데 분배관계에서 끝나는 보수이데올로기의 현실 비판이나 분배관계의 정의를 찾으려는 자유주의적 시도와는 달리, 마르크스주의의 현실 비판은 생산관계의 정의를 세우려는 투쟁이기 때문에 실패한다 해도 그 영향이 전면적으로 파급되기 때문이다. 오늘날 우리에게 마르크스주의가 비록 ‘혁명의 자리’를 대신해 ‘현실 비판’이라는 한결 초라한 과제를 대입할 수밖에 없다고 해도 이런 위로로 인해 쉽게 절망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는 오늘날 우리가 마르크스주의를 또 다시 상정해야 하는 이유는 사물과 사회가 계급관계에 기초해 있다는 사실을 외면할 수 없기 때문이고 결국 사회의 계급적 토대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것은 인간에 의한 인간의 착취를 종식시키려는 노력을 외면하는 것이기에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마르크스주의는 그 착취의 폐절을 위한 투쟁이고 사랑일 것이라고 답하고 있다. 

명료하고 선명한 그의 이념 지향적 글들은 오히려 당대 광범위한 대중적 공감대를 얻었다. 현실 사회의 모든 사물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들이 어쩌면 더욱 철두철미한 계급적 인식에 기초해 있었기 때문에 그토록 넓은 대중적 울림이 가능하지 않았을까. 이념적 지향을 선명히 하되, 그것으로 환원될 수 없는 수다한 현실의 문제들을 해결하며 나아가야만 하는 우리 활동가들이 지금도 여전히 유효한 정운영 선생의 ‘시선들’을 닮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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