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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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 제9호

Om

  • 김영글 편집실
한 남자가 있다. 삭발한 머리, 황색 두루마기 승복. 젊은 외국인 승려다. 어깨 위로는 한 줄기 연기가 피어오른다. 향을 태우는 모양이다. 승려가 불교의 신성한 음절 '옴-'을 길게 내뱉는다. 다문 입술 틈으로 소리는 끊어질 듯 끊어지지 않고 계속 흘러나온다. 그런데 갑자기, 바리깡을 든 누군가의 손이 나타나 남자의 머리를 빡빡 밀기 시작한다. 소리는 이제 바리깡 진동음처럼 들린다. 전원을 끄자 진동음이 뚝 끊기고, 황색 가운이 벗겨진다. 달라붙는 티셔츠와 멜빵 차림에 삭발머리. 정통 스킨헤드족의 모습이다. 그는 손을 뻗어, 담뱃재를 턴다. 연기의 정체는 향이 아니었다. 담배를 입에 무는 남자의 몸짓이 예사롭지 않다.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 흔히 통용되는 게이 코드 패션 같기도 하다. 자, 이제 다시 물어보자. 이 남자는 누구인가?
 
영국 작가 존 스미스의 4분짜리 영상 <옴>은 프레임 속 제한된 정보와 고정관념이 우리의 현실판단을 어떻게 교란하는가에 관한 간단하고 흥미로운 실험이다.지금 보고 있는 것, 지금 듣고 있는 것에 대한 우리의 해석은 과연 얼만큼 확실한 것일까? 분명한 건, 미디어가 제공하는 단편적인 정보가 언제나 진실을 담보할 수는 없다는 사실일 것이다.
 
 
 
(johnsmithfil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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