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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10 제9호

인도총파업

모디 정부의 노동 개악에 맞선 인도 총파업

  • 류미경 민주노총 국제국장

11개 총연맹 공동발의, 1억 5000만 명 참여

인도의 총파업은 인도의 모든 노동조합총연맹(이하 노총)이 공동으로 발의하여 성사되었다. 집권당 계열 노총 BMS, 국민회의 계열 INTUC, 공산당 계열 CITU, 비공식부문 여성노동자 조직 SEWA를 포함하여 11개 총연맹과 은행, 보험, 방위산업, 철도, 중앙 및 지방공무원의 독립 산업별 연맹은 5월 26일 전국 노동자 대회를 공동으로 개최하여 모디 정부가 추진하는 ‘반노동-반민중-친기업’ 노동법 개악의 중단을 촉구하는 한편, 모든 부문 노동자들의 요구를 모아 11개 항목으로 이루어진 공동 요구 강령을 채택했다. 더불어 9월 2일 전국적인 총파업에 돌입할 것을 선언하고 6~7월 모든 지역과 산업에서 전체 민중이 총파업을 지지하는 행동에 동참하도록 조직할 것을 결의했다. 
 
11개 노총 및 공공부문 독립 산별들의 공동 요구 강령
 

1. 공적 유통 시스템을 보편화하고 생필품 시장 투기거래를 금지하여 물가 인상을 억제하기 위한 긴급한 조치를 취하라
2. 고용 창출을 위한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여 실업을 억제하라. 직위 신설을 금지하지 말고 모든 결원을 충원하라.
3. 기본 노동법을 예외나 면제없이 엄격하게 집행하고 노동법 위반을 엄중히 처벌하라. 노동법 개정에 반대한다. 노동자의 이익에 반하는 노동개혁을 중단하라.
4. 모든 노동자에게 사회보장을 적용하라. 임시연기금감독개발청법(PFRDA)을 폐기하고 확정급여형 연금 제도를 재도입하라. 모든 노동자들에게 월 3000루피 이상의 연금 급여를 보장하라
5. 최저임금을 현행 월 4000루피(약 7만 원)에서 1만 5000루피(약 27만 원)으로 인상하고 최저임금이 물가인상과 연동하여 자동 인상되도록 보장하라. 
6. 중앙·지방 공공서비스 시설에 대한 투자회수를 중단하라. 상시지속 업무 계약직화를 중단하고 계약직 노동자들에게 동일·유사 노동에 종사하는 정규직 노동자들과 동일한 임금 및 수당을 지급하라. 정부기관 업무의 외주화, 계약직화, 민영화를 중단하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고 훈련된 견습생을 채용하라.
7. 보너스, 퇴직금 상한선을 폐지하라.
8. 노조설립신고 제출 45일 내 설립신고필증 교부를 의무화하고 ILO 협약 87호, 98호를 즉각 비준하라. 중앙공무원의 요구를 해결하기 위한 효과적인 교섭 기구인 공동협의제도(JCM)의 기능을 부활하라.
9. 철도, 보험, 방위산업 해외직접투자를 반대한다. 철도 및 방위산업체에서의 민영화·민관협력을 중단하고 우체국의 공사화를 중단하라.
10. [공무원] 특별 수당의 임의적인 상한선을 폐지하라.
11. [공무원] 간부급 승진을 보장하라.

 

 
디데이 직전, 집권당 계열 BMS는 총파업 동참을 급작스럽게 철회했다. 8월 27~28일 열렸던 막판교섭에서 정부가 11개 요구 중 몇 가지를 부분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입장을 보이자, 정부가 이를 이행하도록 시간을 줘야 한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정부는 보너스 상한선을 없애라는 요구에 대해 현행 3500루피의 상한선을 1만 루피로 상향조정하겠다고 제시했다. 모든 노동자에게 최저임금을 1만 5000원으로 인상하고 적용하라는 요구에 대해서는 최저임금 산정공식을 변경하여 피복비 및 식료품비를 반영하겠다고 제시했다. 상시지속업무 정규직화 및 동일임금 지급 요구에 대해서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최저임금을 보장하고 파견업체가 사회보장을 책임지도록 하겠다고 제시했다. 

그러나 BMS를 제외한 파업 발의 노총들은 이러한 정부의 입장이 노동조합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며 파업을 강행하기로 했다. 막판 교섭에서 정부는 ‘노동법 개정을 일방적으로 추진하지 않겠다’고 했지만, 곧 뒤이어 “협의와 합의는 다르다. 노동조합과 협의를 하겠지만 합의에 이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입장을 내 놓았다. BMS가 파업을 철회했지만, 전국적으로 1억 5000만 명이 파업에 참여했다고 집계되었고, 은행, 관공서, 운수, 광산 등 많은 산업부문이 실제로 멈췄다. 1억 5000만 명은 전체 인구수 대비 비율을 따지면 한국에서 600만 명이 동시에 파업에 나선 셈이다. 전체 노동인구의 3분의 1이 참여한 것이기도 하다.
 
 

제조업 활성화하겠다며 해고는 쉽게, 노동조합은 약하게

모디 정부는 경제 성장을 위한 전략을 “메이크 인 인디아(Make in India)”라는 기치로 내세웠다. 선거 당시 모디 총리는 자신이 주지사로 실행했던 ‘구자라트 성장 모델’을 바탕으로 큰 지지를 얻었다. 2001년 모디 총리가 주지사로 당선되면서 구자라트 주는 대대적인 해외투자 유치와 대대적인 개혁으로 성장률을 연평균 13.4퍼센트까지 올린 것으로 유명하다. 그러나 구자라트 주는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해 노동자들의 권리가 전혀 보장되지 않고 노동법 및 각종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 경제특구를 대폭 설치했다. 이로 인해 성장률은 높으나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다른 주에 비해 훨씬 낮고 비정규직 비율은 훨씬 높아졌다. 이른바 ‘모디노믹스’는 이 구자라트 모델을 전국적으로 확산하고, 해외 투자를 대폭 유치해 국내총생산 대비 15퍼센트에 불과한 제조업 비중을 2022년까지 25퍼센트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모디 정부가 출범 직후부터 꺼내든 카드가 ‘대대적인 노동법 개정’이었다. 인도를 ‘해외 투자자들이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만들기 위해 고용과 해고를 더 쉽게 하고 노동자들의 권리를 보장하는 노동법 적용을 더 느슨하게 만드는 것이 그 내용이다. 형식적으로 노동조합법, 노동쟁의법, 산업고용법 등 여러 개의 노동법을 통합하면서 동시에 적용범위를 축소하려는 것이다. 

가령 현행 노동법은 100인 미만 사업장에서는 정부 승인 절차 없이 정리해고를 실시할 수 있는데, 기준을 300인 미만으로 변경하여 자유로운 해고를 확대하겠다는 것이다. 노동조합의 설명에 따르면 인도 내 제조업 부문 업체의 85퍼센트가 50인 미만 사업장이고 30인 미만 사업장이 58퍼센트를 차지할 정도로 중소 영세기업의 비중이 크다. 이렇게 되면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해고가 자유로워진다는 뜻이다. 작업장 안전 및 복지에 관한 권리를 규정하는 공장법은 현재 전력공급 시설이 있는 사업장은 10인 이상, 없는 사업장은 20인 이상 사업장에 적용되는데, 이를 각각 20인, 40인으로 변경하여 적용범위를 축소한다. 기간제 계약직 노동자들의 권리와 원청 및 하청업체의 사용자로서의 의무를 규정한 기간제법은 현재 20인 미만 사업장은 적용 예외 대상이지만 이를 50인 미만 사업장으로 변경한다. 반면 노동조합 설립 요건은 더욱 까다롭게 만드는데, 현행 규정으로는 한 사업장 내 종업원 10퍼센트를 조직하면 노조설립 신고를 할 수 있는데 그 기준을 30퍼센트로 높이게 된다. 

정부는 고용과 해고 절차에 유연성을 확대하면 더 많은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주장하지만, 노동조합은 이러한 노동개혁안은 노동법의 보호와 노동조합이 경제 성장을 저해한다는 근거 없는 믿음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 마디로 모디 정부의 노동법 개정이 해고를 쉽게 하고, 노동법을 통해 권리를 보호받을 수 있는 노동자들의 범위를 축소하는 동시에 노동조합의 날개를 꺾으려는 시도라는 것이다. 

“노동법이 너무 많은 노동자에게 적용되고, 노동조합이 너무 많아서 인도 경제가 발전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도 정부의 주장은 “정규직이 과보호되어 청년실업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한국 정부의 주장을 연상케 한다.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명분을 내세워 해고를 더 쉽게 하고 노동조합의 권리를 축소하고 불안정한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공통된 현상이다. 또 더 많은 노동조합, 더 많은 권리, 더 좋은 일자리를 원하는 목소리 역시 국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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