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노동보다
  • 2015/07 제6호

먹튀자본 잡으러 나선 하이디스 노동자들

은밀한 노조파괴, 투쟁으로 멈춘다!

  • 이민영 사회진보연대 조직국장
 
 
여기 먹튀 살인 자본이 있다. 하이디스 테크놀로지(이하 하이디스)는 2002년 현대전자 부도 후에 중국 BOE가 인수했다가, 2008년 대만 E-ink에게 매각되었다. 이 과정에서 1조 원을 향해 달리던 매출은 500억 원으로 감소했고, 직원 역시 1700여 명에서 377명으로 줄어들었다. 올해 1월 6일, 하이디스는 공장을 폐쇄하고 직원 대부분을 정리해고 하겠다고 밝혔다. 2013년 400여 명의 해고에 이어 2년 만에 다시 벌어진 일이다. 

하이디스 본사인 대만 E-Ink의 2013년 순익은 10억 원에 불과했다. 반면 하이디스 기술료 수입은 580억 원에 달했다. 본사의 수입보다 하이디스 기술료 수입이 훨씬 크다. 특허권의 2012~13년 수입만 800억 원에 달하지만 하이디스 사측은 이 기술의 가치를 15억 원으로 축소해 기록했다. 왜 이런 일들이 벌어졌을까? 하이디스가 보유한 특허권을 더욱 쉽게 빼돌리고, 한국에서 손쉽게 철수하기 위해서다. 
 

먹튀의 장애물 노동조합 제거 작전

2008년 하이디스 노사합의서에는 ‘하이디스가 타 법인에 출자하고 있는 주식을 매각할 경우 그 대금 전체는 하이디스 경영개선을 위해 사용한다’, ‘하이디스 소유 기술을 다른 곳으로 매각하지 않는다’는 조항이 있다. 이 조항은 대만 본사가 특허권을 빼돌리는 데 결정적 장애물이다. 하이디스 자본이 공장폐쇄와 정리해고를 통해 합의서의 주체인 노동조합을 없애고 먹튀의 장애물을 제거하려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금속노조 경기지부 하이디스지회는 이에 맞서 지난 1월부터 힘찬 투쟁을 전개해왔다. 하이디스 공장 안에서, 공장이 위치한 이천 지역에서 공장 정상화를 외치며 흔들림 없이 싸워왔다. 본사가 있는 대만으로 원정투쟁도 떠났다. 

그러던 중 5월 11일 하이디스 노동자 배재형이 “하이디스 투쟁 꼭 승리할 수 있도록 연대해주세요. 억압, 착취, 탄압이 없는 세상으로 먼저 가 미안합니다”라는 말을 남기고 세상을 떠났다. 하이디스 전인수 사장은 그의 죽음이 노노갈등으로 인한 것이라며 의미를 축소하고자 했다. 하지만 하이디스지회 조합원들은 흔들리지 않았다. 배재형 열사의 뜻을 이어받아 대만영사관 앞 농성을 시작했고, 3차 대만 원정투쟁까지 힘차게 진행했다. 
 

은밀한 노조파괴 실행자, 김앤장

하이디스 먹튀 시나리오에는 이를 지휘하는 숨은 세력이 존재한다. 바로 한국 법인 사장 전인수와 국내 최대 로펌 김앤장이다. 전인수 사장은 레고코리아와 LG캐리어에서 이미 ‘노조 해체 → 공장 폐쇄 → 자본 철수’ 시나리오에 따라 해외자본이 쉽게 철수할 수 있도록 도와준 전력을 갖고 있다. 용역깡패를 앞세워 공격적으로 노조파괴를 진행한 창조컨설팅과 달리 전인수와 김앤장은 은밀하고 조용한 방식으로 노조를 파괴했다. 

한국 사회에서 김앤장이 가지는 영향력은 막강하다. 2008년부터 2013년까지 김앤장 고문으로 활동하던 윤창번은 2013년부터 2015년까지 청와대 미래전략 수석비서관으로 근무하다 김앤장으로의 재취업을 승인받았다. 청와대 참모진뿐만 아니다. 변호사만 600여 명이 모여 있는 김앤장에는 장차관급을 지낸 인사 100여 명이 고문을 맡고 있다. 한승수, 한덕수, 이헌재 등 전 총리들과 윤증현 전 기재부 장관, 손광수 전 검찰총장 등도 포함되어 있다. 전인수와 김앤장은 이러한 강력한 영향력을 등에 업고 노조 파괴를 진행 중이다. 
 

먹튀와 노조파괴에 맞서 

현재 하이디스지회는 대만 본사를 압박하기 위해 광화문 대만영사관 앞 농성을 진행하면서 4차 대만원정투쟁을 준비 중이다. 막강한 영향력을 가진 전인수와 김앤장의 노조파괴에 맞서기 위해서는 다양한 사회세력들의 연대가 필요하다. 자본과 권력의 어두운 네트워크에 맞서 싸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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