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노동보다
  • 2015/07 제6호

끝내 우리가 세울 노동자 세상을 위하여

건설노조·플랜트노조의 역사와 조직화 쟁점 워크숍

  • 소영호 건설노조 서울경기동부건설기계지부 사무차장

 

최근 민주노총에서 주최하는 집회에 가면 붉은색 건설노조, 건설플랜트노조의 투쟁조끼를 입은 노동자들을 많이 볼 수 있다. 규모에 있어 근래 가장 많이 성장한 노조가 건설산업연맹이고, 그만큼 노조 운동에서 중요한 역할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건설노동자들의 노동조합이 어떠한 역사를 가지고 있고, 현재 어떠한 구조로 구성되어 있는지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건설노동자들의 투쟁은 앞으로 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건설노조와 플랜트노조에서 투쟁하는 활동가들이 건설산업연맹의 조직화 역사와 현재의 쟁점을 공유하자는 의미로 워크숍을 마련했다. 필자가 <건설노조의 역사와 조직화 쟁점>을, 강성래 플랜트노조 경인지부 사무국장이 <플랜트건설노동자의 조직화 방식>을 발표했다. 조은석 건설노조 정책3국장은 <이주노동자와 건설산업>을 토론문으로 제출하여 논의를 했다.

 

민주노조 운동과 함께 하는 역사

건설노조는 1987년 항쟁과 노동자대투쟁의 영향 속에서 탄생했다. 공단이나 대도시의 인력시장을 중심으로 지역건설노동조합들이 만들어졌고, 이런 움직임 속에서 전국조직을 세워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생겼다. 이는 1989년 ‘전국건설일용노동조합’의 건설로 이어진다. 

 

하지만 노동조합 활동 과정에서 여러 난관에 부딪히게 된다. 이는 건설산업과 건설노동자들의 특징이 무엇인지 명확히 알지 못하고, 그저 제조업 노조의 모델을 이식하려 한 데 있었다.

 

이후 활동가들은 건설산업에 있어서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발주하는 물량이 전체 공사의 절반 가까이 되며, 따라서 대정부투쟁을 통해 법과 제도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인식하게 되었다. 사업장이 아니라 지역을 중심으로 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 공사가 끝나면 일터가 사라지는 건설산업의 특성상 전국적인 네트워크를 만들어야 한다는 인식을 하게 됐다. 이러한 인식은 후에 건설노조가 성장하는 과정에서도 중요한 쟁점이 된다.

 

건설노동자 조직화에는 두 가지 방식이 있다. 건설노동자들 중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노동자들은 목수, 철근, 미장과 같은 토목 직종의 노동자들이다. 그중 팀장격의 기능공을 먼저 조직해 팀장의 인맥과 일맥을 통해 조직하는 방식이 있다. 다른 한 가지는 노조가 물리적으로 현장을 장악해 노동조건을 개선하고, 노동자들을 조직하는 방식이다. 두 가지 모두 현재 업종과 직종을 막론하고 건설노동자들을 조직하는 주된 방식이다.

 

신자유주의에 맞선 건설노조운동

건설노조가 만들어진 후에도 많은 노동자가 조직되진 못했다. 일자리를 찾아 끊임없이 돌아다녀야 하기에 안정적으로 조직을 유지하지 못했고, 조합원들은 지속적으로 노조해야 할 필요를 느끼지 못했다. 이런 와중에 IMF 외환위기가 발생했고 건설노동자들의 처지는 더욱 힘들어졌다.

 

그런데 역설적이게도 IMF 이후 2000년대 초반까지 여러 직종의 노동자들을 조직하게 된다. 건설산업 물량이 줄어든 상황에서 일자리를 알선하고, 현장 단체협약을 통해 안정된 현장을 만드는 건설노조가 매력적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건설노조는 공공근로 참여, 무료취업알선센터 사업 등을 진행하며 지역조직을 건설하였고, 조합원수도 급격하게 늘어난다. 또한 국제목공노련(BWI)의 지원을 받아 건설노동자 조직화를 업무로 하는 ‘조직가’들을 양성하였고, 조직가들은 건설현장의 문제들을 들춰내며 단체협약을 체결하였다. 2001년 말까지 전국 17개 지역건설노조가 104개 현장에서 단협을 체결하는 등 활발한 투쟁을 벌였다. 그러나 2003년부터 시작된 공안탄압으로 잠시 활동이 주춤해지기도 한다.

 

새로운 방향으로 건설노동자들을 조직화하는 방안도 시도된다. 건설현장 역시 기계화, 대형화되는 추세 속에서 ‘기종’에 대한 조직화가 2000년대 초반부터 시작된 것이다. 타워크레인 조종사 조직화, 레미콘과 덤프트럭 노동자들에 대한 조직화가 대표적이다. 건설기계노동자를 조직화하는 과정에서 특수고용노동자 문제가 쟁점이 된다. 건설기계노동자들은 형식상으로는 사업주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건설자본에 종속되어 노동을 제공한다. 덤프연대가 창립되며 비정규직 노동자 운동에 함께 했던 역사를 살펴보기도 하였다.

 

 건설노조 각 기종직종에서 조직화가 이루어진 것은 경제위기에 대한 건설노동자들의 불만을 노동조합을 통해 불출한 결과였다. 또한 신자유주의적 노무관리 전략에 공백이 있었고, 이에 대해 노조에서 적절하게 대응하며 투쟁을 만들어낸 결과이다.

 

건설산업연맹의 조직체계

많은 사람들이 건설산업연맹의 구조에 대해 복잡하다고 말한다. 산하에 전국건설노동조합, 플랜트건설노동조합, 건설기업노동조합의 3개 소산별이 있다. 그리고 전국건설노동조합은 토목건축, 건설기계, 타워크레인, 전기원의 4개 분과로 구성되어 있다. 건설노조는 초창기부터 산업별노동조합을 만들어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있었다. 공종별로 투입되는 직종기종이 다르다보니, 산별노조라는 거대한 틀 속에서 현장에 대응해야만 했다.

 

다른 역사와 활동방식을 가지고 있는 조직들이 지금의 체계로 정리된 것은 2007년 3월 전국건설노동조합이 결성되고, 같은 해 8월 전국플랜트건설노동조합이 결성되면서부터다. 2008년까지 대산별을 건설하자는 논의가 있었지만 실행하지 못했고, 건설산업연맹은 2008년 3개 가맹노조의 연맹 체계로 전환됐다.

 

플랜트건설노동자는 산업기계, 공작기계, 전기통신기계 등의 생산시설과 공장을 보수수리하는 일을 맡는다. 2005년 봄 울산에서의 파업, 2006년 여름 포항에서의 파업은 투쟁의 치열함과 격렬함으로 인해 전국적인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이후 조직이 급속히 성장하였는데 지역별로 독자적인 기풍이 강하고, 주로 지역의 건설사들과 단협을 맺는 구조로 활동이 이루어진다. 이로 인해 대산별을 건설하기 위한 동의지반이 떨어지는 상황이다.

 

물론 대산별로 가기 위해선 공동의 투쟁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조합원들에게 실질적으로 와 닿는 사업을 펼치는 것도 필요하다. 현재 경인본부에서 시행하는 원청협약서 체결 투쟁은 그런 측면에서 주목할만 하다. 건설노조 내 4개 분과만이 아니라 플랜트경인지부 까지 함께 투쟁하며, 모든 직종에서 결합해 현장을 장악하는 것이다. 이런 사업이 실질적인 조직통합으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은 실험이 필요할 것이다.

 

 

이주노동자와의 갈등

이번 워크숍에서 가장 많은 논의가 이루어진 것은 이주노동자 문제였다. 경기침체로 일자리가 줄어드는 상황에서 조합원들 사이에서 ‘이주노동자들을 쫓아내야 먹고 살 수 있다’고 여기는 생각이 퍼졌다.

 

어떻게 풀어야 할까? 고민되는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우선은 건설현장 이주노동자 규모를 객관적으로 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통계마다 추정치가 다른데, 고용허가제 도입인원 등을 고려해봤을 때 흔히 말하는 ‘20만’보단 훨씬 적다고 보는 게 맞다. 따라서 감정적으로 대응하기에 앞서 침착하게 분석하고, 노동자간 분열을 조장하는 자본과 정부에 맞서는 것이 필요하다.

 

이미 많은 공사에서 이주노동자들이 투입되고, 내국인 고령노동자들이 수행하기 힘든 일을 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이주노동자를 쫓아내는 것은 옳지도 않고 근원적인 해결이 될 수도 없다. 결국 건설노조 스스로 이주노동자들을 포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할 것이다.

 

이후 건설노동자운동의 과제

건설노조의 가장 큰 특징은 일자리 사업에 있다. 고용을 따내고 노동시간과 임금단가를 통제하며, 조합원들을 조직하는 건설노조의 방식은 다른 노조에서는 이해하기 힘든 지점이기도 하다. 노조가 고용에 개입하고 고용조건을 결정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기도 한데, 이 과정에서 내부 갈등이 생기기도 하고, 같은 일을 하는 다른 단체와 갈등이 생기기도 한다.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지키며 노동자들의 이익에 복무하는 활동에 대해 더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

 

조직률이 낮은 토목건축노동자 조직화 역시 중요한 과제다. 200만 건설노동자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토목건축은 조직의 역사에 비해 조합원 규모가 크지는 않다. 현장을 실질적으로 장악하고 다수자 노조로서의 역할을 위해, 조합원 고령화를 극복하고 젊은 세대들의 진출을 유도하기 위해서도 토목건축노동자 조직은 반드시 필요하다. 다행히 대구에서 토목건축노동자들의 유의미한 싸움이 있었고, 부산과 광주 등에서도 조직화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나아가 건설노동자운동의 중장기적 전망을 밝히기 위해선 위와 같은 건설 운동의 역사와 난관에 대해 살피고, 정세에 대한 면밀히 분석이 필요하다. 그래야 무엇이 부족하고 어떤 역량을 투여해야 할지 제대로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노가다? 아니 건설노동자! 앞으로가 정말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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