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특집
  • 2015/07 제6호

유튜브를 활용한 대안지식 교육 사례

  • 김주현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 활동가

 

Learn Liberty

‘자유를 배우자(Learn Liberty)’는 미국 조지메이슨대학교 인문학연구소에서 운영하는 지식교육 프로젝트다. 1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보유하고 있는 Learn Liberty의 유튜브 채널에는 빈곤이나 오큐파이 월스트리트 운동, 군사화, 국채 등 미국사회의 현안들을 둘러싼 논쟁과 자본주의 위기, 마르크스주의 등 학술 이슈까지 다양한 주제들을 다룬 짧은 교육영상들이 올라와 있다. 많게는 140만, 적게는 5만여 명의 사람들이 이 3분에서 6분 남짓의 영상들을 시청했다.

대학 교수 등 전문가들의 짧은 강연, 또는 논쟁 자체를 녹음한 사운드가 압축적이고 효율적인 형태의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져 인터넷 공간의 시민들을 만나는 것이다. 심각한 사회 문제를 다루고 있어도 매끄럽게 잘 만들어진 영상 덕에 비교적 쉽게 이해를 도모할 수 있다.

게다가 이 프로그램은 온라인을 넘어 오프라인으로도 연결을 도모하고 있다. 교육적인 목적의 오프라인 세미나를 여름마다 운영하고 학습모임 성격의 다양한 학생그룹, 컨퍼런스, 교육훈련을 소개하고 네트워킹함으로써 학술운동의 조직화를 도모하는 것이다. 이는 Learn Liberty의 유튜브 지식교육 프로그램이 단지 사회 이슈와 학술 쟁점을 대중적으로 알리기만 하는 데에 있는 게 아니라, 시민들을 직접 조직하고 학습의 주체로 세우는 데 있음을 알 수 있게 하는 부분이다.
 

RSA 교육영상

RSA(영국왕립예술협회)는 예술이나 제조업, 상업 등 영국 사회의 발전을 도모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연구·교육 등을 수행하는 곳이다. 1754년 설립한 이래 찰스 디킨스, 아담 스미스, 칼 마르크스, 스티븐 호킹 등 작가와 학자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지금은 세계 80개국에서 연구원을 섭외한다.

이곳의 독특한 점은 연구발표나 세미나 등을 시민교육의 자원으로 적극 활용하고, 방법론적 혁신을 도모한다는 것이다. RSA의 유튜브 채널(http://goo.gl/0PbGvO)은 훌륭한 시민교육 영상자료들로 가득하다.

오늘날 세계에서 폭넓게 알려져 있는 연구자들의 짧은 강연 영상도 있다. 이 영상들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됐다. 이를테면 데이비드 하비의 강연 음성에 맞춰 화이트보드에 마커로 만화를 그려 넣는 손이 움직이고 그림이 그려진다. 매우 쉽고, 집중력 있게 그려지는 만화로 인해 강연에 대한 이해는 더 쉬워진다. 그림만으로도 어느 정도의 이해를 도모할 수 있을 정도다.
 
<자본주의 위기(Crisis of Capitalism)>에 관한 RSA의 애니메이션 영상 중 한 장면 
 

지젝의 영상은 자신의 저작 《처음엔 비극으로, 다음엔 희극으로》에 대한 강연 중 일부를 따와 애니메이션화한 것이고, 하비 역시 자신의 숱한 강연 중 일부를 “자본주의 위기"라는 제목으로 요약한 것이다. 제레미 리프킨 등 국내에 꽤 알려진 작가나 학자들의 강연도 있다.

RSA의 독특한 시도는 영국에선 꽤 유행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BBC 라디오4채널 사이트의 ‘생각의 역사’ 코너에도 애니메이션 교육영상들이 매일 업데이트 된다.

물론 이런 다이제스트식 교육영상이 지식의 대중화, 지적 차이의 해소에 가장 긴박한 과제는 아니다. 그러나 책이나 강연이 아니고서는 대중매체에서 접하기 어려운 내용을 쉽고 폭넓게 유통하는 수단으로서의 역할은 톡톡히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윤율에 대한 쉬운 설명이나 자본주의의 모순성, 정신분석의 난해한 개념에 대해 어떤 매체보다 잘 설명하고 있다.
 

라틴아메리카 좌파 채널

한편 좌파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채널들도 있다. 에콰도르의 한 대학이 수행하는 웹TV 프로젝트 ‘MINGA TV’(http://goo.gl/d8bkAG)의 애니메이션 프로그램이 그중 하나다. 영국 BBC나 RSA처럼 기술력이 높진 않지만 세금, 자유무역협정, 베네수엘라 정세 등 실제로 사람들에게 밀접하게 와 닿을 수 있는 정세적인 이슈를 자신의 정치적 시각을 담아 다루고 있다. 수준 높은 제작기술이 없어도 얼마든지 시도할 수 있는 실험임을 알 수 있다. 인포르마숀비주알(InformacionVisual)도 이와 비슷한 성격의 라틴아메리카의 채널 중 하나다.

맑시즘IO(youtube.com/user/TheProletarianTV)는 ‘대안 사유 탐구’를 주창한다. 신자유주의는 왜 실패하는가, 자본주의란 무엇인가, 긴축이란 무엇인가 등 이론이나 정세에 대한 대안 지식을 압축적으로 설명한다. 구독자는 2000명 남짓이지만 상당수의 조회 수를 기록하며 매달 1개꼴로 배포되고 있다.
 
삼성전자서비스지회의 조합원 교육영상


낮은 문턱의 다양한 시도들

사실 이런 형태의, 잘 나가는 유튜브 채널은 세계 곳곳에 상당히 많다. 각국의 운동 조건을 반영하듯 라틴아메리카에는 좌파적 경향이, 미국에는 기술적 퀄리티가 높은 영상들이 주를 이룬다. 이들은 대중매체가 놓친 틈새에서 교육 목적의 영상들을 다루며 유명세를 떨치고 있는데, 최근 국내에도 이런 시도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한 사회과학 저술가는 자신의 전문분야를 집에서 아이폰으로 직접 촬영하고 편집해 매주 2편 정도씩 업로드하고 있다. 기술적 완성도는 다소 떨어지지만 적게는 500회, 많게는 1만 1000회 정도의 조회 수를 보이며 자신만의 수강생들을 모으고 있다. 신생 노조 금속노조 삼성전자서비스지회도 전국에 산개한 사업장의 노동자들을 만나고 사회적 요구를 조직하기 위해 팟캐스트나 유튜브 조합원교육 등 다양한 시도를 벌이고 있다. 많게는 1만 명의 청취자들이 삼성에 맞선 노동자들의 투쟁 소식을 듣고, 미조직 서비스센터에 이를 알리기도 한다.

한국의 사회운동은 미디어와 지식교육에 있어서 대중들을 마주칠 기회를 거의 잃어버린 지 오래다. 미디어에 대한 인식도 한참 모자라다. 인터넷을 거부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개입의 전략이 필요하다. 자본주의 체제의 ‘외부’에 머무는 것이 정치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듯이, 지배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세계가 자본과 권력이 지배하는 영토 바깥에 있을 거라는 소망은 망상이기 때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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