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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4 제3호

새로운 물 민영화의 노크

  • 구준모 편집실장
4월 12일부터 대구와 경북에서 제7차 세계물포럼이 열린다. 세계물포럼은 ‘세계 물 문제 해결’이라는 거창한 명분을 내걸고 있지만, 실제로 이것을 움직이는 실체는 베올리아나 수에즈 같은 초국적 물 기업들이다. 1997년 시작되어 3년마다 개최되는 이 포럼에서 논의되는 것은 전 세계 물의 상품화를 위한 협력들이다. 

한국 정부와 기업들은 이번 포럼을 물 민영화의 새로운 기회로 삼고 있다. 노무현 정부에서 본격적으로 시작된 물 산업 육성은, 당시 막 결성되어 투쟁력을 갖추고 있었던 공무원노조와 사회운동단체들의 강력한 반대에 밀려 계획한 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위탁은 민영화가 아니다’라는 주장의 허구성은 깨졌고, 수자원공사나 환경공단 등 공공기관으로의 위탁만 일부 이루어졌다.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서 10년 이상 물 민영화가 추진되었지만 상수도의 경우 162개 지자체 중 27곳만 위탁되었을 뿐이다.

세계적으로 보더라도 물 민영화의 실패는 점점 더 뚜렷해졌으며, 그에 대한 대안으로 재공영화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2000년 이후 15년 동안 35개 국가에서 180개의 상수도 사업이 재공영화되었다. 특히 재공영화는 2010년대에 더욱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는 프랑스 파리이다. 파리시는 2010년 상수도 서비스를 재공영화하여 1년 동안 3500만 유로를 절약하고 요금을 8퍼센트 인하할 수 있었다. 

기존 방식의 민영화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물 기업들은 새로운 방식의 계약 기법을 사용해서 상수도를 민영화하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이것이 바로 세계물포럼의 주요 의제이다. 포스코건설은 포항시에 전국 최초로 민자사업(BTO) 방식의 정수장 건설을 제안했다. 세계 최대의 물기업인 베올리아는 대구시에 성과 기반 컨설팅을 제안했다. 성과 기반 컨설팅은 민간기업이 공공사업에 컨설팅을 하고 그에 따른 비용 절감분을 기업과 지자체가 나눠 가지는 방식이다. 이렇게 세계물포럼을 기회로 대구·경북 지역이 새로운 민영화 프로젝트의 시험대가 되고 있는 것이다.

철도, 의료 등 민영화 저지 투쟁이 계속되고 민자사업으로 인한 손실을 겪으면서 우리 국민들에게 민영화의 폐해는 ‘상식’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새로운 기회를 찾으려는 자본의 공격은 계속된다. 바로 물 민영화 사례가 보여주듯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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