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책보다
  • 2015/04 제3호

쉬었다 가도 괜찮아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를 읽고

  • 이미영 전국교육공무직본부 부산본부 조직부장
나는 평소에 책을 잘(아예 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로) 읽지 않는다. ‘책 이어달리기’의 다음 주자가 되었다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을 듣고 몇 날 며칠을 ‘어떤 책을 읽으면 좋을까’ 인터넷 검색도 해보고, 책을 자주 읽는다는 사람들의 SNS를 들여다보며 괜찮아 보이는 제목들을 메모하여 한 선배와 함께 약속을 잡고 서점을 향했다. 그러나 내가 계산대에 올려둔 것은 메모장에 적혀있던 수많은 목록의 책들을 제쳐놓고 눈에 들어온 ‘열심히 일해도, 아무리 쉬어도, 여전히 행복하지 않은 사람들을 위한’이란 광고 문구가 적혀 있는 책, 《아무것도 하지 않을 권리》였다.

‘운동’을 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부끄럽기도 하지만 대학 새내기 때부터 시작했던 학생운동과 졸업하기도 전에 발을 내딛은 노동운동. 이 책을 선택하게 된 것은 제목 그대로 쉼 없이 달려온 내가 이 책을 통해 ‘아무래도 괜찮아’라고 위로받고 싶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그냥 푹 쉴 권리, 필요할 때마다 멈출 권리, 나잇값하지 않을 권리, 실수할 권리, 게으르게 산책할 권리, 나만의 달력을 가질 권리, 생각하지 않을 권리 등등. 저자는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불안해 할 만한 것들을 ‘괜찮다’라고 말하고 있었다.

남들보다 느리다는 불안감, 게으르거나 쉬고 싶다는 마음이 드는 것에 대한 미안함, 혼자 있을 때의 외로움,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는 것에 대한 죄책감, 내 실수가 나에게서 끝나지 않고 주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으니 완벽해야만 한다는 불안감. 책 하나로 이 모든 감정들을 한방에 떨쳐냈다고 할 수는 없지만 막연하게 내 안에 존재했던 감정들을 예전보다는 좀 더 자신 있게 마주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올해 꼭 해외여행을 떠나겠다고 마음먹고 여행자금 마련을 위한 적금을 넣기 시작했다. 한 번도 밟아보지 못했던 땅,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나라로 떠나려니 두려움이 앞서 포기할까도 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두려움 보다는 설레는 마음이 좀 더 앞선다. ‘필요할 때 잠깐 멈추었다 갈 권리’라는 말은 다시 한 번 여행을 떠나겠다는 마음을 다지게 만들었다. ‘나’를 위해 새로운 환경을 접하고 새로운 경험을 쌓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멈추었다 갈 권리’를 마음껏 누리고 돌아오리라.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쳐있는 혹은 지쳐가는 사람들에게도 전하고 싶다. “힘들 땐 잠깐 멈췄다 가도 괜찮아요.” ●
 
 
덧붙이는 말

'책 이어달리기'는 《오늘보다》의 독자들이 권하고 싶은 책 한 권을 가지고 짧은 글을 쓰는 코너입니다. 글을 쓴 사람이 다음 호에 책을 소개할 사람을 지목하는 '이어달리기'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다음 주자는 김승곤 사회진보연대 회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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