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칼럼
- 2015/03 제2호
오늘보다 그대들을 봅니다
헉! 근래에 가족보다 사회진보연대 분들을 더 자주 보며 살았네요. 집이 멀어서 가족은 일주일에 기껏해야 한두 번 보는데 이런저런 이유로 사회진보연대 분들은 거의 매일 보거든요. 함께 할 만 했다는 거겠죠? 사회진보연대 분들이 과거보다 훨씬 더 현장에 가깝고 대중적으로 성숙했음을 느낍니다. 저는 “텍스트 중심에서 필드중심으로 이동”이라 표현하곤 했습니다. 《오늘보다》가 사회진보연대의 필드로의 이동을 확 느끼게 합니다.
《오늘보다》를 통해 세 가지 맛을 느낍니다. 첫째로 ‘현장 맛’입니다. 예전 기관지 《사회운동》은 길고 어려운 글이 많았는데 지금은 짧고 쉽게 쓰려 노력하는 것 같습니다. 둘째로 ‘똘똘한 맛’입니다. 예전 기관지는 책이었는데 《오늘보다》는 엄청 얇아졌어요. 마치 엄청난 정보들을 작은 메모리칩에 담는 것처럼 길고 어려운 주장을 짧은 글로 담아내니까 스마트해진 느낌이죠. 현장성과 대중성을 위한 노력으로 받아들입니다. 셋째로 ‘관계의 맛’입니다. 관계를 만들 때 처음에는 가볍게 인사부터 하듯 《오늘보다》가 그런 느낌이거든요. 특히 현장의 노동자들과 관계를 맺으려면 두텁고 무거운 책으로 시작하긴 좀 그렇잖아요.
동시에 자칫 스며들 세 가지 쓴 맛을 잘 보시길 바랍니다. 첫째로 텍스트에서 필드로 가는 것이 성숙이어야지 후퇴면 곤란하겠죠. 둘째로 두꺼운 책에서 ‘얇아진 잡지’로 가는 게 똘똘해 지는 것이길. ‘스마트’해야지 ‘얕음’으로 가선 안 되겠죠. 저도 글 많이 쓰는 편인데 긴 글을 쓰는 것 보다 짧은 글을 쓰는 게 더 어렵더라고요. 내공이 필요하죠. 셋째로 관계의 맛이 그냥 양적으로 넓어진 관계를 넘어 ‘지향’도 분명한 관계가 되기를 바랍니다.
창간호에서는 우익특집을 다뤘잖아요. 한때는 복지가 떠오르며 복지국가 얘기가 피어올랐고 세월호 이후에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국가’가 더 신자유주의적인 국가래요. 이런 주장들과 비교하면서 “우리가 본 국가(정권)는 이래요”라고 제시하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동안 ‘일베 현상’에 대한 많은 분석들이 있었는데 이런 분석들을 모아서 비교해 보여주면서 주장을 했으면 더 성숙하고 깊은 맛을 느끼게 했을 것 같아요.
전 ‘우익과 좌익’ ‘진보와 보수’라는 표현이 좀 그래요. 최근 사회운동 하는 젊은 친구가 “삭제된 갈등”이라는 말을 쓰더라고요. 삭제된 갈등들을 더 들여다보고 부각시켜야 한대요. 보수와 진보, 우파와 좌파라는 표현은 왠지 ‘모순을 세탁한 표현’ 같아요. “비정규직의 확산과 팍팍한 삶”은 삭제되고 세탁되어 보수나 진보, 좌파와 우파로 표현되는 것 같은 느낌이 들거든요. 그래서 창간호에서 우파특집을 다룬 기획 의도는 좋은데 ‘우파’라고 표현하는 것이 좀 걸렸어요. 민중이나 노동자와 지배계급과 자본가와 같은 구도가 아닌 좌우, 진보와 보수로 표현하는 것, 별거 아닌 거 같은 데 전 좀 걸리거든요.
‘저들보다 우리’를 더 많이 볼 수 있게 했으면 좋겠어요. 그래서 창간호 직전의 전자산업을 다룬 특집도 제겐 참 좋았습니다. 스마트폰을 만드는 사람들의 디테일한 현실을 볼 수 있었으니까요. 현장과 관계를 맺는 것도 그냥 맺는 게 아니라 지향을 가지고 맺는 거잖아요. 그래서 창간호에서 희망연대 노조사례를 보여준 것도 좋아요. ‘사회운동노조’ 혹은 ‘대안노조’라는 지향을 실천적으로 찾으려는 몸부림이 여기저기 있으니 이런 것을 더 많이 보여 주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오늘보다 나아질 내일에 대한 희망, 더 성숙해가는 사회진보연대를 통해 봅니다. 물론 성숙과정에서 아픔도 있겠죠. 《오늘보다》가 현장성, 똘똘함, 지향이 깊이담긴 관계의 맛을 더 맛깔나게 보여주길 기대하고 응원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