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칼럼
  • 2015/02 창간호

고용노동부의 비정규직 활용법

  • 김정래 사회진보연대 사무국장
얼마 전 ‘간접고용 비정규직’인 정부세종청사 시설관리·특수경비 노동자들이 용역업체가 바뀌는 과정에서 해고되는 일이 있었다.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용역업체가 바뀌어도 고용을 승계해야 한다는 정부의 ‘용역근로자 근로조건 보호지침’을 정부 스스로 어겼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수많은 비정규직, 저임금·장시간 노동자들의 근로조건이 제대로 지켜질 수 있을까. 

비정규직 남용을 규제해야 할 고용노동부에서도 각종 통계조사원 외에도 상시·지속적 업무인 구인상담, 취업지원상담, 직업훈련상담을 담당하는 필수 인력들이 매년 비정규직으로 채용되어 일하고 있다. 이중에서 통계조사원은 공공기관 비정규직 중 처우가 가장 열악한 편이다.

고용노동부는 연중 수시로 통계조사를 한다. 기간제근로자현황조사(분기), 직종별사업체노동력조사(반기), 기업체노동비용조사(연) 등 다양하다. 그러나 이러한 통계조사를 진행하는 통계조사원은 3개월 단위로 채용되는 기간제 근로자다.

내가 작년에 6개월간 고용노동부 통계조사원으로 근무한 경험을 이야기해보고 싶다.

먼저 통계조사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처우는 열악하기 그지없다. 2014년 기준으로 보면 일급 4만6000원(시급 5750원)으로 최저임금(5210원)을 약간 웃돈다. 생활임금에 턱없이 모자라는 것은 둘째치더라도 고용노동부가 앞장서서 최저임금제를 악용한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통계조사원이 고용보험에 가입해도 최대 2회까지만 연속 계약이 가능하게 되어 있어서 실업급여 수급에 필요한 기간을 채우지 못한다. 통계조사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가정 형편상 일하지 않으면 가계를 꾸려가기 어려운 40~60대 여성들이 대부분이다. 적절한 일거리가 없는 이들에게 근로조건이나 임금에 대한 처우개선 요구는 고사하고 간단한 업무상의 불편부터 인격상의 모욕까지 모두 참고 일해야 한다. 참고 일하지 않으면 다음에 채용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조사는 사업체의 고용변동 및 근로실태 현황을 파악하여 정부 경제·고용정책 수립의 기초자료로 사용된다. 내 경험으로 보더라도 고용노동부의 통계조사는 상당한 실무 지식이나 훈련이 필요한 업무이다. 하지만 국가기관이 진행하는 통계조사의 중요성을 감안한다면 통계조사 활동을 벌이는 노동자들의 조건이나 지위가 불안정한 상태에서 충분한 통계조사의 질을 확보하기 힘들 것이다. 고용노동부는 통계를 위한 통계를 하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고용노동부의 통계조사에서 실무적인 업무 관장은 5급 이하 하급공무원이 담당한다. 1년 내내 통계조사에 묻혀 사는 이들은 공무원노동자들로서 자기들만의 고충이 있을 것이다. 통계조사원이 상식적으로 제기하는 조사항목의 형식적, 내용적 문제점에 대해서도 하급공무원들은 개입할 수 없는 구조다. 그러한 사안은 세종시에 근무하는 고위 공무원의 결정사항이기 때문이다. 일선 공무원들의 재량적이고 창의적인 개입이 불가능한 상태로 보인다. 이러한 관료적인 분위기에서 공무원들이 여러 정치·경제·사회적 문제에 관한 제 역할을 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박근혜 정부가 지난 연말 발표한 비정규직 종합대책은 립서비스에 불과하다. 좋은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고용노동부가 상시 업무에 1년 미만의 기간제를 매년 반복해서 쓴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 이런 정부를 어떻게 믿을 수 있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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