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보다

  • 오늘만나다
  • 2015/02 창간호

교육공무직본부의 상큼한 활력, 채려목 활동가를 만나다

  • 인터뷰ㆍ정리 송민영 사회진보연대 조직국장
국회 앞에서 진행하고 있는 농성 이야기부터 해볼까요.
작년 11월 총파업 이후에 학교비정규직연대회의 차원에서 국회 앞 농성을 시작했어요. 크게 학교비정규직 처우개선 관련해서 급식비와 명절휴가비 차별 해소, 교육공무직법 제정, 지방재정 확충을 요구하고 있고, 최근에는 비정규직종합대책 폐기까지 포함하여 농성을 진행하고 있어요. 1월 정기국회에서는 우리가 요구한 예산이 다 깎였고, 임시국회에서도 교육공무직법이 다뤄지지 않으면서, 1월 14일부터 철야농성을 주중농성으로 바꾸고 다시 2월 국회 때까지 투쟁 계획을 준비 중이에요.
 
 
 
학비에서 활동한 지 4년 정도 되었는데, 시작부터 지금까지의 활동을 평가하자면 어떤가요?
처음 활동 시작은 충북에서 했어요. 2011년이었는데 그때만 하더라도 교육청과 면담 잡기도 어렵고, 우리가 피켓팅할 때 피켓 들 사람을 정하기도 힘들었어요. 피켓을 들려면 유령가면을 쓰거나 모자에 선글라스에 마스크를 쓰고 다들 얼굴을 가리셨죠. 그런데 이제는 사진만 찍어도 자연스럽게 ‘투쟁!’이라고 외쳐요. 또 3년 연속으로 총파업을 성사했어요. 놀라운 변화에요. 

당시 지부 사무국장님과 조합원 모임에 갔다 돌아오는 길에 우리도 2~3년 안에 교육감 상대로 교섭도 하고 임금인상 투쟁도 하는 노조가 되지 않겠냐는 이야기를 했는데, 바로 그 다음해부터 임단협 교섭을 했어요. 우리 조직이 내가 생각하는 것보다 두 배 정도 빠르게 성장하고 변화하는 것 같아요. 역동적인 활동 속도를 쫓아가기 힘들 정도로요.

작년 총파업에서 경기나 강원에서 다른 노조가 총파업 하루 전에 파업 유보를 선언해서 총파업 전선이 흔들릴 뻔한 일이 있어요. 그런데 총파업 선언 기자회견에서 간부들이 ‘우리는 조합원을 존중하고 조합원을 믿으면서 같이 투쟁할 거다, 우리는 한다면 하는 조직이다’라고 이야기를 한 거에요. 조합원들이 스스로를 다독이며 총파업을 이틀 동안 성사시키는 걸 보면서 ‘우리가 잘 가고 있구나’라고 생각했어요. 오히려 조합원 수도 파업 시기에 가장 많이 늘었고요.
 
교육공무직본부(전회련) 충북지부에서 활동하가다 본부로 오게 된 건데, 어떤 과정이었나요?
학교를 졸업하고 어떻게 살까 고민을 하던 과정에서, 충북 지역 활동을 제안 받았어요. 처음에는 태어나서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곳이라 어리둥절했는데, 거기에 송민영 언니도 있고 해서 가볼 수 있겠구나 생각했어요. (웃음)

또 우리 세대의  키워드 중 하나가 비정규직이었어요. 처음 간 집회가 하이텍, 기륭전자 집회였어요. 여성 노동자들이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문화제 하는 것을 보면서 무슨 내용일까 했는데, KTX승무원, 이랜드, 호암교수회관 투쟁 들을 겪으면서 여성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많이 생각하게 됐어요. 
처음에 학교회계직이라고 이야기 들었을 때 도대체 무엇인가 했죠. 학교에 근무하는 많은 사람들이 비정규직이고 이런 걸 몰랐으니까. 학교비정규직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이 사업을 잘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어요.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는데, 그때가 어떤 단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시기였거든요. 사회운동에 대한 전망을 만들어가야 하고, 그럴 결심을 해야 하는데, 그동안 익숙했던 것들과도 좀 멀어져야 했죠. 집에도 이야기했고, 내가 다른 생각들이 드는 것들도 끊어야 하고. 내가 그동안 살아온 것과 다르게 살 수 있는 계기를 만들기 위해 물리적으로 떨어져서 독립한다는 그런 생각도 그때 있었던 것 같아요. 충북이라니! 처음엔 던킨도너츠도 없는 동네인 줄 알았어요! (웃음) 
 
 
그렇게 시작한 충북 지역 활동에서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어떤 것들이 있나요?
경기도에서 2개월간 수습을 하고 이태의 본부장님 차를 타고 같이 내려가면서, 본부장님이 ‘충북에서의 목표가 뭐냐’고 물었어요. ‘여기 급식실이 많으니까 내가 어느 학교에 가서든 밥 같이 먹으며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되겠다’고 말했죠. ‘언니들 밥 주세요’하고 들어가면 밥을 먹을 수 있는 정도로는 하겠다고. 
처음에는 좀 힘들었죠. 에피소드라면 저는 인천에서 자랐기 때문에 읍내라든가 시내라든가 이런 걸 잘 몰랐어요. 음성에 있는 학교라고 해서 음성터미널로 갔더니 택시를 타고 2만 원 정도 나오는 거리에 있어서 엄청 당황한 적도 있고. 음성이 생각보다 엄청 넓더라고요. 금왕도 있고 감곡도 있고, 이게 다 뭔가 했어요.
아는 척도 안하고 쳐다보지도 않는데 무조건 들이밀고 앉아서 커피 얻어 마시며 이야기를 했어요.
노조로 사람들을 조직하려고 하루에 3~4군데 이상씩은 학교를 들어가니까 장마철에는 우비에 장화 신고 학교 돌아다니다가 돌아와서 뻗고, 다음에 또 아침 첫차를 타고 조직하러 다녔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때가 제일 힘들었으면서도 제 활동에서 가장 많은 배움을 얻은 시기인 것 같아요. 활동이 관성에 젖을 때는 늘 생각해야 하는 경험인 것 같아요. 

정말 매일매일 조직하러 다녔어요. 충북지부는 제가 처음 갔을 때가 500~600 조합원이었는데, 1000을 넘기고 이제 2500이 되어 가고 있어요. 이렇게 커가는 조직을 보면서 처음 들어갔을 때 가졌던 마음을 잊지 말아야겠다고 생각해요. 

학교에 처음가면, 아는 척도 안하고 쳐다보지도 않는데 무조건 들이밀고 앉아서 커피 얻어 마시며 이야기를 했어요. 오늘은 이 사람들이 나를 외면했지만 한 번 더 만나게 되면 나를 무척 좋아하게 될 것이라는 마인드 컨트롤을 하면서요. 항상 크게 심호흡을 하고 들어가고 했어요. 내가 오늘 여기서 무슨 일을 겪더라도 다음에 가면 다 잊어버리고 처음으로 가야한다는 이런 마음을 훈련하기도 했어요. 생판 모르는 사람들 앞에서 웃으면서 정말 냉랭한 표정의 사람들 앞에서 혼자 웃으면서 노조에 대해서 설명하고 말을 튼다는 게 되게 어려웠는데, 이제는 두고두고 큰 자산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대단한 깡으로 지역 활동을 한 거군요. 그렇게 활동하다고 공공운수노조 학교비정규직본부(현 교육공무직본부)로 왔는데, 본부활동은 어떤가요?
본부 와서 1년 정도 활동해보니 전국 상황이 다르고, 지역 활동하는 것과 전국 활동이 많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본부 조직국인데 전국적인 상황 파악도 제대로 못하는 상태가 많았어요. 조직 체계를 갖춰나가면서 전국에 상근하는 동지들과 뜻을 맞춰나간다는 걸 어떻게 해야 하는지 감이 안 잡혔죠. 그러면서 반성도 많이 했어요. 

적절한 표현인지 모르겠지만 지부에서 조직해야 하는 대상이 현장의 조합원들이었다면, 이제 내가 조직해야 하는 대상은 전국의 임원과 간부들이에요. 본부의 방향에 대해서 설득하고 설명하고 토론하고 의견과 활동을 조직해야 하는 조직대상이 바뀌었다는 생각을 작년 하반기쯤에 하게 되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좀 더 많이 움직이고 많이 만나고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올해는 그렇게 해볼 생각이에요. 

1년 동안 본부에 있으니까, 충북에 있을 때 ‘왜 이런 걸 본부가 못할까’ 생각했던 걸 ‘아, 이래서 못하는 구나라’고 느낀 게 있어요. 여러 위치에서 활동을 경험해보는 게 참 중요하다고 느껴요. 올해 대대 때 조직발전 논의안을 내고 본부 집행부 체계도정비할 계획이 있는데, 그걸 해나가면서 3만 조합원들과 함께하는 조직문화와 체계를 잡는 걸 패기 있게 잘 해보려고 생각중이에요. 올해에는 5만을 목표로! 
 
​다른 공간에서 투쟁을 하더라도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세대의 임무랄까,
이런 걸 가지고 잘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관계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교육공무직본부의 올해 목표와 계획을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해 주세요.
얼마 전에 오체투지단에 본부가 같이 하면서 이 투쟁의 의미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어요. 이시정 사무처장님이 이런 이야기를 하시더라구요. 박근혜 정부를 겨냥할 수 있는 투쟁을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해야 한다고요. 정규직이든 비정규직이는 노동자에 대한 공격이 대대적으로 시작될텐데, 명분으로나 조직력으로나 비정규노동자들이 선두에 서서 박근혜 정부에게 날카로운 질문을 잘 던지는 한 해가 되어야 한다는 거예요. 

올해 본부의 투쟁 계획을 짜고 있는데 첫 번째가 박근혜에 맞서서 노동자가 승리하는 2015년을 만들자는 거예요. 우리 본부가 이제 공공운수노조에 가장 숫자가 많은 노조가 됐다는데, 거기에 맞게 어떻게 활동할 건지 고민이 들어요. 임단협 시기를 어떻게 맞춰볼까, 한번에는 안 될 건데 전체 민주노총 투쟁 계획과 우리 계획을 맞춰가려는 노력을 올해부터 하려고 해요. 

박근혜 정부 비정규직종합대책 폐기 투쟁에도 우리가 전면에 서야죠. 그러기 위해서는 조합원들과 정세교육, 간부들의 활동력을 높이기 위한 지원을 본부 차원에서 해야죠. 임금투쟁이나 교육공무직법 제정 투쟁의 성과를 올해는 내야할 테고요.

정규직 노동자나 대부분의 노동자들이 지금 방어하는 투쟁을 하고 있는데, 쟁취하는 투쟁을 할 수 있는 곳이 어디냐면 단연코 우리 본부란 생각이 들어요. 임금 깎고 호봉제를 연봉제로  돌리겠다고 할 때 적극적으로 호봉제 요구를 하고, 비정규직을 늘리겠다고 할 때 우리는 교육공무직으로 정규직화하라고 요구하면서요. 우리 성과도 얻으면서 다른 노동자들에게도 힘을 줄 수 있는 투쟁을 기획하는 게 올해 중요하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어요. 다른 공간에서 투쟁을 하더라도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세대의 임무랄까, 이런 걸 가지고 잘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관계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농성장에 키티 스티커도 붙이고 노조에서 몸짓패도 하는데, 젊은 활동가로서의 고민과 하고픈 말이 있나요?
여성노동자들의 조직문화를 새롭게 만들면서 좀 재미있게 노조활동을 하고 싶어요. 노조가 사람들이 제2의 자아를 찾고 해방감을 느끼는 공간이기도 한데, 보람을 느끼며 활동하는 노동조합이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어느새 막내 나이는 지났는데 아직은 선배들한테 어리광도 부리고 하면서 가끔씩 문화충격도 드리고 있는 것 같아요. (웃음) 선배와 우리 세대가 하나의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고 있다는 게 재미있어요. 

전노협 세대 선배들이 많이 있는데, 그들은 지역을 중심으로 해서 사업장이 달라도 같이 활동하는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굉장히 잘 갖춰져 있고 그게 어느 순간에든 힘이 되고 서로에게 지지가 된다면, 우리는 그런 네트워크를 잘 만들지 못하고 있는 거 같아요. 우리가 다른 공간에서 투쟁을 하더라도 이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 세대의 임무랄까, 이런 걸 가지고 잘 서로에게 영감을 주는 관계를 많이 만들었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또 개인의 성과라기보다는 집단적인 성과로 만들 수 있는 기획을 잘 해야겠다는 생각이에요. 

훌륭한 활동가가 많지만 활동가 개인의 역량이 조직 역량의 축적과 잘 연결되지는 않는데, 우리는 그런 조직을 만들어야 하는 세대 같아요. 우리는 있던 걸 가지고 다지고 정리하는 세대라기보다는 계속 조직을 확대하고 조직들 간의 연결고리를 만들어주고 이런 역할을 해야 하는 세대인거죠. 
단순히 활동하면서 만난 사람들뿐만 아니라, 우리 주변의 친구들도 사회문제에 관심을 가지는 사람이 많아요. 우리와 소통하고 싶어 하는 시민들을 조직하는 기획,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비정규직 단위들을 엮어내는 기획, 간부들이 서로 간에 동시대의 동지들이라는 느낌을 갖게 하는 기획, 그런 기획들을 의식적으로 해야 할 때에요. 그런게 전노협의 힘이었다는 걸 선배들에게 많이 느껴요.
 
마지막으로, 지금 만나는 조합원들이 언니뻘이나 어머니뻘인데, 조합원과 간부들을 상대로 잘 녹아들고 활동할 수 있는 비결이 뭔가요?
조합원들이나 간부들의 이야기를 잘 듣고 상황에 대한 이해를 빠르게 하는 편이에요. 따뜻하게 서로 진심을 나눌 수 있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엄마, 이모, 언니 등 다양한 나이대의 간부·조합원들 사이에서 때로는 반말도 섞어가며 애교를 부릴 때도 많고요. 다들 딸이나 조카처럼, 동생처럼 예뻐해주세요.

초창기 연합회시절부터 전회련에 결합해서 그런지 이 사람들과 같이 성장해왔다는 느낌이 있어요. 얼마 전에 본부 와서 활동을 잘 못하고 있다고 자책하던 시기에 ‘쓸모 있는 인간이 되어야 되는데’라고 이야기했더니 어떤 간부가 ‘너는 이제 쓸모 있는 사람이라기보다는 소중한 사람이야’라고 이야기해줘서 마음이 찡했어요. 내가 하는 말이 영향을 주고 나도 영향을 받는 그런 관계들을 쌓인다는 게 중요하겠죠. 이 사람들과 정말 인간적인 관계들을 쌓아가는 것. 친해지면 슬쩍 반말하는게 포인트 아니냐고요? 근데 이걸 상대방이 기분 나쁘게 느끼지 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게 하는 건 나름 재능이 필요한 거라니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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