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는글
- 2015/02 창간호
오늘을 직시하는 매체가 되겠습니다
신자유주의의 위기가 회자된 지 6년이 넘었지만 아직도 그 지배질서는 공고합니다. 자본은 부서진 세상이 내뱉는 고통을 민중들에게 떠넘기며 연명하고 있습니다. 실질임금 감소, 소득격차 확대, 빈곤층 자살은 지겨운 뉴스거리입니다. 15년 전 신자유주의에 대해 처음 들었을 때, 미국 노동자들의 실질임금이 1970년대 이후 오르지 않았다는 사실을 듣고 너무나 비현실적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이제 우리가 그렇게 되고 있습니다.
변화가 필요합니다. 하지만 지금 가장 취약한 것은 운동입니다. 1987년과 1997년의 사건들 속에서 만들어졌던 민중운동은 오늘날 형체를 가늠하기가 어렵습니다. 전노협과 민주노총으로 이어진 민주노조운동은 많은 희생과 노력에도 불구하고 가쁜 숨을 헐떡이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들의 삶은 쉽게 무너지지도 않고 쓸려가지도 않습니다. 잠과 건강도, 꿈과 희망도 모두 내다버리고 돈벌이 기계의 부속품으로 살라는 자본의 압력 속에서 터져 나오는 외마디 비명이 그치질 않습니다. 그런 소리들이 만나 노동자운동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직 흩뿌려져있어, 연결되고 뻗어나기에는 역부족인 것이 우리 현실입니다.
요즈음 페이스북과 트위터를 하루 종일 들여다봅니다. 네이버와 다음 뉴스도 검색합니다. 지겨운 세상에서 잠깐이나마 벗어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습니다. 분노하고 희망하고 울고 웃고 합니다. 그러나 거기서 무엇인가 새로운 게 만들어질 것이라고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2015년에도 사회 변화를 위한 경험을 공유하고 생각을 이을 수 있는 정선된 매체는 필요합니다. 그러한 필요를 대변하고 싶습니다.
지긋지긋한 구체제로 변해버린 신자유주의 한국사회를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장기지속되고 있는 보수의 지배가 끝나길 바라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꿈틀대는 극우주의와 구조적 폭력의 전제정치를 막고 대안세계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노동조합에서 사회단체에서 직장과 지역에서, 자신의 삶을 계속 살아가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분들의 이야기를 담고 싶습니다.
체념과 냉소가 지배하고 흐리멍덩한 것이 찬양 받는 세상에서, 함께 버티기 위한 용기와 희망을 이야기하고, 알뜰한 정보와 의견을 나누는 것이 얼마나 소중한 일일까요. 좁은 지면에 한정된 역량이지만 《오늘보다》가 감히 그 길을 가보려고 합니다. 과거를 참조하되 거기에 얽매이지 않고, 미래를 희망하되 헛되이 망상하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오늘을 바로 보는 일입니다. 오늘을 직시하는 우직한 매체가 되고 싶습니다. 독자 여러분들의 성원 부탁드립니다.
2015년 2월 1일
월간《오늘보다》 편집실
월간《오늘보다》 편집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