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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5/01 창간준비3호

이주민은 잠재적 범죄자일까?

  • 박진우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조합 사무차장
얼마 전 수원시 팔달산에서 일어난 토막살해 사건의 피의자로 중국동포가 체포되면서 인터넷상에는 제2의 오원춘 사건이라는 명명과 함께 경기지방경찰청에서 공개한 피의자의 사진이 일파만파로 퍼져나갔다. “조선족 싸그리 추방해라. 내년부터 자취생활하는데 조선족 살인마들 넘치는 동네라 진짜 무섭다” “외국인 불법체류자 대대적 단속해라! 가리봉 대림동 한나절만 있어도 백 명은 잡겠다” 등 인터넷 기사 댓글에는 이번 사건을 계기로 모든 이주노동자들이 범죄를 저지를 수 있으니 강제추방해야 한다는 제노포비아(인종혐오)가 득세하기 시작했다. 이주노조 활동가인 나로서도 이번 사건이 부디 이주민의 범행이 아니기를 간절히 바라는 마음이 있었다. 그렇다면 정말 이주민 범죄가 심각한 것인가? 
 

내국민보다 낮은 이주민 범죄율

통계청이 2012년 기준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내국인의 범죄율은 약 2.0퍼센트인 데 비해 외국인은 그의 절반도 안 되는 0.8퍼센트에 그친다. 같은 해 경찰청 통계에서도 외국인의 범죄율은 1.7퍼센트로 내국인 범죄율 4.0퍼센트의 절반도 되지 않았다. 특히 “불법체류자가 범죄를 일으킨다”는 일반의 인식과 달리 등록 체류자(1.9퍼센트)보다 미등록 체류자(1.1퍼센트)의 범죄율이 더 낮았다(2010년 통계청). 2013년 형사정책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범죄 대비 기소율도 외국인과 내국인 간에 별 차이가 없다. 

체류외국인이 늘어남에 따라 외국인 범죄 건수는 늘었지만 2013년 범죄율은 전년보다 낮아졌다는 경찰청 통계도 있다. 미등록 이주민에 의한 범죄 발생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특히 2011년도에는 경찰에 의해 확인된 외국인 범죄자 중에서 미등록 체류자가 5.7퍼센트에 불과하여 전체 외국인 범죄 중에서도 미등록 외국인에 의한 범죄는 매우 낮은 비율을 차지한다(최영신, 강석진, 《외국인 밀집지역의 범죄와 치안실태 연구》, 한국형사정책연구원, 2012). 몇몇 사건을 이유로 대다수 이주민을 범죄자 집단으로 몰아가는 것은 현실과 맞지 않은 것이다.
자주 만나는 방글라데시 출신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에 일하러 온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사람이랑 웬만하면 트러블을 만들지 않기 위해 노력한다” “특히 비자가 없는 친구들은 경찰서에 가게 되면 바로 추방되니까 억울해도 참기 일쑤”라고 말한다.
 

미등록은 범죄가 아니다

많은 사람들은 미등록 체류자들을 모두 범죄자라고 인식한다. 그러나 출입국법에 따르면 미등록 체류자가 단속이 될 경우 보호소에 이송되고 이후에 강제퇴거 하는 모든 절차는 형사 절차가 아니라 '행정 절차'다. 형사 절차란 형사소송법에 따라 범죄를 처벌하기 위해 검·경이 수사를 하고 수사 대상자가 수사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원의 영장을 발급받는 등 엄격한 절차를 밞지만, 행정 절차는 우리가 길을 가다가 담배를 무단으로 버린다거나 운전 중에 안전벨트 미착용으로 과태료를 내게 되더라도 경찰서에 연행되어 조사를 받지는 않듯 법을 어겼다고 해서 범죄자로 간주하지 않는 것이다. 즉, 미등록 체류자들은 법적으로 정한 체류기간을 초과했다는 이유로 본국으로 출국 조치되는 행정적 조치를 받을 뿐이다. 하지만 정부와 주류 언론은 끊임없이 미등록 체류자들을 ‘불법체류자’로 부르면서 일자리도 빼앗고 범죄도 저지르는 악의 세력인 것 마냥 이미지를 만들어오고 있다.

하지만 미등록 체류자들이 없으면 돌아가지 않는 3D산업들이 존재하기에 정부는 상시적인 단속으로 위협을 하면서도 그 필요성을 인정하고 묵인한다. 미등록 체류를 했다고 해서 한국 사회에 엄청난 피해를 끼치기는커녕 오히려 한국경제의 가장 기초적인 부분을 지탱하고 있는 것이다.
 
 
 

부정적 낙인을 멈추고, 이주민의 권리를 인정해야

미디어를 통해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있는 외국인의 범죄자화는 비슷한 말투와 피부색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뭔가 꺼리게 되는 효과를 만든다. 예를 들면 영화나 TV개그프로그램에 나오는 조선족의 모습은 모든 중국동포들이 보이스피싱을 하고 칼 한 자루 정도는 품고 다니지 않을까 하는 낙인 효과를 갖게 한다. 그런 낙인들이 오히려 대다수의 이주민을 잠재적인 범죄자로 간주하는 효과를 낳고 있다. 이주민들이 많은 안산이나 서울 대림동을 '우범 지역'인 것처럼 지정해서 외국인 범죄 수사본부 등을 꾸리는 일은, 어느 흉악범이 경기도 주민이라고 해서 경기도에 거주하는 모든 사람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우리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한국 사회에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이주민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간주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 안정적으로 함께 살 수 있는 사회적 합의를 만들어가는 것이다. 이주민이든 내국인이든 사회 경제적 차별이 줄고, 미래를 안정적으로 계획할 수 있다면 범죄는 줄어든다. 한국 이주민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에게 기본적인 노동권과 인권을 보장하고, 이주노동자 스스로의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노동조합을 합법화하는 것이 그 출발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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